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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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아 VS 조지아

2022-04-04 (월)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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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Caucasus) 3국 하면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조지아(Georgia)다. 서양 사람들을 코카시안, 즉 코카사스 사람들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 서양인들이 출현해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기에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이 코카서스 3국 간에는 종교, 혈통, 정부 통치 형태 때문에 조용한 날이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인지 3년 전에 조지아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나이든 사람들이 한가롭게 간단한 식사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고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면 호기심이 발동해서 말을 건네곤 했다. 더구나 나 같은 동양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마침 그때 스탈린 기념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와 한가롭게 거닐던 때였다. 스탈린이 누구인가? 바로 2차 세계대전부터 6.25 전란 때까지 철권을 흔들어댄 독재자가 아닌가. 그가 바로 이곳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러시아에 대해서 프라이드, 아니면 어떤 향수라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내가 공산주의를 혐오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이야기를 안하려 했었다. 그런데 웬걸, 나에게 말을 건넨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했다. 아예 그들은 자기나라 이름을 러시아식 발음인 그루지아가 아니라 미국식 발음인 조지아라고 부른다고 설명까지 했다.

그들과 헤어지고 나서 길을 거닐며 살펴보니 거의 모든 간판을 영어로 단 것이 눈에 띨 정도로 미국 영향권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2008년에 조지아 내에 러시아와 이웃한 접경지역에서 러시아 계통의 사람들이 분리 독립을 선언하였고 조지아가 이를 진압하려하자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하여 점령하였다. 마침 유럽연합의 의장국인 프랑스가 중재를 하여 러시아군은 철수하였고 비록 UN 가입이 승인되지 않았지만 ‘남오세티야’라는 나라가 탄생하여 조지아에서 떨어져나갔다.


바로 이 조지아 내전상황에 우크라이나를, 그리고 남오세티야 대신에 돈바스로 바꾸면 바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푸틴을 이해 못하겠는 것이 그가 소련의 정보기관 KGB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자기나라 이름을 조지아로 불러달라고까지 하는 조지아 민심을 필경 알았을 터인데 어찌 돈바스 분리 독립을 돕겠다며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모르겠다. 우크라이나가 조지아를 반면교사를 삼아 조지아처럼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고 침공에 대비하고 있었는지를 왜 몰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크라이나의 유비무환 준비가 국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넘쳐 났는지 아니면 러시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무력 강국이 아닌지 러시아는 전투에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으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완전히 외톨박이가 된 듯하다.

미국의 워싱턴 사람들 중에서 한인들의 우크라이나를 돕자는 캠페인이 상상 밖으로 뜨거워 놀랐다. 여태껏 여러 형태에 모금이 있었는데 이런 호응은 처음인 듯하다. 이를 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사의 커다란 획을 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전쟁이란 비극을 인간들이 얼마나 미워하는지 그리고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이상 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교훈이 전 세계인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는 말이다. 최소한 얼마간에는 전쟁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이류 국가로 오그라들 것이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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