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대가뭄, 자발적으로 절수하자
2022-04-01 (금)
금주 초 캘리포니아 주에 단비가 내렸다. 우기인 1월과 2월을 역사상 가장 건조하게 보내고 난 후, 남가주에는 올 들어 처음 내린 비였다. 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동족방뇨 凍足放尿)에 지나지 않는다. 22년 째 계속된 가뭄으로 황폐해진 미 서부지역은 1,200년 역사상 기록적인 ‘대가뭄’(megadrought)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몇년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잇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상 유례없는 가뭄은 이미 알려진 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결과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작년 7월 ‘가뭄 비상사태’를 발동하고 15% 절수를 당부했으며, 바로 열흘 전에도 개빈 뉴섬 주지사는 주민과 기업체, 상점들의 자발적인 절수 협조를 호소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1월 주민들의 물 사용량은 2년 전인 2020년 같은 시기에 비해 오히려 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너무 잦은 적색경보가 울리자 ‘양치기 소년의 늑대 거짓말’ 효과로 위기감이 둔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현재로선 이 위기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다. 한두 해 강수량이 많다고 해서 해소될 가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일단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물을 아끼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보인다. 샤워시간을 줄이고, 세차를 덜 하고, 양치질과 설거지 할 때 물을 틀어놓지 않는 일 등 작은 생활습관부터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물이 많이 낭비되는 곳은 매일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는 잔디정원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80%는 야외에 쏟아버리는 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잔디처럼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간도 없다. 집집마다 앞뒤 정원을 사시사철 푸르게 가꾸고 있지만 그 용도와 기능을 생각해보면 단지 ‘보기 좋다’는 시각적 효과 외에는 순전히 물 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 잔디를 가뭄을 잘 견디는 캘리포니아 자생식물 정원으로 바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물을 절약하고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일이다.
물을 물처럼 쓰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 강제단수나 물 배급시대를 맞고 싶지 않다면 물 절약 습관이 몸에 배도록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꿔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