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사라졌다. 6가와 하버드 블러버드 코너에 위치했던 해당 우체국은 지난 12일부터 공식 폐쇄됐고, 이후 다른 장소로 이전돼 명칭이 유지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사라진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그런데 이틀 전인 3월 10일은 안창호 서거일로 올해가 8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는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로 도산의 정신과 신념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노력했던 랄프 안 선생이 타계했다. 지난해 8월 18일에는 도산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던 홍명기 미주도산기념사업회의 회장이 타계했다. 이 뿐아니라 안창호 선생이 창립했던 흥사단의 옛 단소 건물은 지난해 철거 위기에 놓였고 이를 보존키 위한 사적지 지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얼마 전 도산 안창호 우체국까지 사라진 상황이다. 이렇게 도산 안창호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다보니 도산 안창호 유산의 의미와 중요성을 아는 이들에게는 왠지 모르게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줬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완전히 사라진 현재, LA 한인타운 지역 대형 우체국은 3가와 웨스턴 애비뉴 교차점 인근에 있는 ‘냇 킹 콜 우체국’ 뿐이다. 그러나 도산 안창호 우체국의 폐쇄는 단순히 한인타운에 우체국 하나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은 한인의 이름으로 명명된 최초의 연방정부 건물이었다. 연방정부 건물에 한인 이름이 새겨졌다는 것은 연방 정부가 미주 한인 사회와 해당 인물을 존중하고 국민들에게 알릴 만큼 가치있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은 지난 2005년 4월에 역사적인 현판식을 가졌다. 2004년 연방 108차 회기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 H.R.1822에 의거해 미주한인의 업적과 이들의 지도자였던 도산을 기리기 위해 LA한인타운 내 연방 우체국을 도산 안창호 우체국으로 개명하면서 새로 탄생했다. 이후 도산 안창호 우체국은 미주 한인사회의 자부심을 높이는 대표적인 건물로 자리했다.
그러나 연방우정국(USPS)이 해당 부지의 리스를 연장하지 못하면서 폐쇄 위기에 놓였고, 결국 폐쇄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지난 2016년 ‘어반 커머스’가 한인 소유 공동 투자그룹인 ‘베스 인베스트먼트’와 ‘SBS 프라퍼티스’로부터 매입한 후, 호텔 객실, 아파트 유닛, 상가가 들어서는 주상복합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지난 2020년 제이미슨 사가 이 부지를 다시 ‘어반 커머스’로부터 매입했다. 현 소유주인 제이미슨 사는 이 부지에 아파트 유닛과 상가가 들어서는 7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할 예정이다.
앞서 ‘어반 커머스’의 재개발 계획엔 해당 건물에 도산 안창호 이름이 붙은 커뮤니티 룸을 만들어 주민들이 다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개방하는 계획도 포함됐었지만, 현재는 이런 것 마저도 없다.
연방 우정국(USPS) 측은 특정 위치의 우체국이 사라지면 부여됐던 이름도 같이 사라지며 도산 안창호 우체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다른 위치의 우체국에 이 이름을 부여하려면 다시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하는데, 연방 의원이 특정 위치의 우체국에 도산 안창호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산 안창호 우체국 부활을 위해 일부 한인단체 관계자가 LA한인타운 관할 연방 의원인 지미 고메즈 캘리포니아 34지구 연방 하원의원과 급히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디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부활하고, 나아가 이와 같이 의미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새롭게 생겨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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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