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리더의 중요성이 요즘처럼 크게 느껴질 때가 없다. 자국의 흥망성쇠는 물론 주변 국가에 끼치는 영향도 대단하다.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 일으킨 21세기 야만전쟁으로 인하여 수많은 양국의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되고 무너져내리는 건물들과 총성의 거리, 노인과 여인들과 아이들이 국경을 넘어 폴란드나 이웃 나라로 줄지어 피난하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푸틴의 탐욕이 온 세계를 흔들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의 총리 안젤라 메르켈이 생각난다. 그녀는 18년간의 통치를 성공리에 마치고 후계자에게 넘긴 후 조용히 떠났다. 떠날 때 도시 전체가 집 발코니에 나가서 6분간의 따스한 박수로 환상적인 작별 인사를 고했다 한다. 비리도 없고 친척도 등용하지 않았고 정치인들 간의 싸움도 없었으며 스캔들에 연루되지도 않았다.
기자들이 사생활에 대해 물을 때 그녀는 “우리 정부의 성과와 실패에 대해 질문해주기 바란다”고 하면서 끝까지 국가를 진심으로 염려했던 지도자였다.
메르켈은 동독에서 물리학자로 활동한 후 통일과정에서 정치에 참여해서 그리스 경제위기, 시리아 난민사태, 우크라이나 분쟁 등의 문제를 차분하게 해결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유세계의 총리가 되었다. 그렇다고 우쭐대지도 않았고 자기 과시를 위한 사진을 찍거나 새로운 패션의 옷에도 관심이 없었다.
‘자신은 모델이 아니고 공무원’이라고 강조하며 가사도우미도 없이 생활하고 전기가 무료인 밤에 남편과 직접 세탁을 한다고 한다. 벽 사이에 소음방지가 되어 이웃과는 폐가 안 된다는 아파트에서 총리되기 전부터 아직까지 살고 있다. 부동산이나 화려한 자동차, 요트도 없다.
독일의 위대함은 검소함이다. 옛 동독 목사의 딸로 태어나서 타고난 믿음과 정직과 근면성으로 성실하게 일했고 여유와 표용력 위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말이 많은 정치계에서 성공적으로 자기 임무를 마친 존경스럽고 대단한 리더였다.
한국에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집권하는 순간부터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말만 앞세우는 대통령이 아니라 정말 온 국민이 원하고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영부인이 품위를 위해서 사치스러운 옷과 구두, 핸드백을 들고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관광을 하며 국민세금을 써야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공과 사를 분별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와 영부인이길 기대해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쓴 ‘비커밍’(Becoming)이란 책을 읽었다. 시카고의 수수한 가정집에서 자라나 높은 이상을 위해서 진정성을 가지면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던 미국 영부인의 이야기이다.
“백악관 생활에서 가족이 소비한 모든 것은 물론, 손님이 오면 식사와 드는 비용은 하나하나가 열거된 청구서가 온다. 돈과 윤리문제는 엄청나게 경계했고 법에 규정된 수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지키려 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에게 주어지는 지침서는 없다. 그건 정부의 공식직함이 아니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냈다“
자존심이나 품위는 자기스스로의 내면에서 이끌어내야 한다. 미셸 오바마가 강조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는 비단 한 국가의 리더나 영부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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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