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이, 학력, 생활수준을 보고 사람들은 기득권 사람 또는 보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진보 내지 최소한 진보 사람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에서 한국 정권의 선순환(善循環)이랄까, 집권층의 변천을 나름대로 바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기득권의 보수가 10년 집권한다. 그리고 국가는 그런대로 잘 굴러간다. 그러나 10년쯤 되면 권력을 쥔 사람들은 나태해지고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고 부패해지게 되어있다. 그리고 나면 자연히 진보파가 정권을 잡는다. 그래서 새로운 바람(shaken up)을 일으킨다. 물론 진보의 사람들은 인적 자원, 경험의 부족으로 실수를 연발하고 그래서 5년 후 다시 기득권 보수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보수 기득권이 다시 10년 집권을 누리는데 그들의 정치는 얼마동안 건강해 진다. 그렇게 또 10년을 가다가 다시 진보가 5년간 재집권을 하고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이것이 집권층의 선순환이란 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과거의 진보 노무현 정권 탄생에 좋은 시각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 물론 노무현 정권의 여러 아마추어(amateur)식 행정이나 북한 정책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만 진보답게 권위주의 타파 등 신선한 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권위주의의 타파, 서민들을 위한 여러 정책에 지금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낙선이 뻔히 보이지만 대구에 내려가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했다거나, 빨갱이의 딸로 밝혀진 부인이 문제로 떠오르자 “그럼 나보고 이혼 하라는 말이냐!” 하며 일갈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자신이나 가족들이 재벌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곤욕을 당했는데 그는 어느 재벌과 아무런 추문이 없었을 만큼 도덕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부인이 자기 딸의 집을 사는데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비극이었지만 그의 도덕 윤리의 깨끗함에 찬사를 지금도 보내고 싶다.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선순환으로 보수 집권 10년에 이어 지난 5년간의 진보의 집권은 당연할 수 있었고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진보 정당의 패배는 예측할 수 있었다. 사실 진보는 소득주도 성장, 원자력 발전 폐쇄, 북한의 굴욕외교, 주택 정책 등 수 많은 실정을 했다. 사실 한정된 인적 자원, 무경험의 무지한 집권층의 도전으로 이미 예견된 패배였다.
그러나 그들의 실정에 질책을 하되 비난은 하고 싶지 않다. 무모했을망정 동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보수 기득권층들이 건강한 정치를 하기 위하여 결과론이지만 예방 주사를 맞도록 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그런데 숙제가 남아있다. 이제 선거에 패배한 진보의 인사들이 건강한 진보 야당이 되어 집권 기득권을 관찰하고 감시하고 때로는 채찍을 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진보 좌파의 최고의 덕목이어야 할 도덕적 우위, 확고한 윤리관을 지키는데 이번 진보 정권은 실패 정도가 아니라 전 보수정권보다도 더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장담컨대 사법처리 운운하며 그동안 미적미적거리던 형사 사건들의 기사가 신문들을 도배할 것이다. 그리고 수갑을 차고 법정에 나타나는 사진들을 꽤나 많이 보게 될 것이란 말이다. 진보좌파의 위기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진정 진보다운 진보, 진보 좌파의 최고의 가치라고 할 도덕과 윤리의 우월이란 덕목을 지닌 새로운 야당으로 태어날 전환점이 될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뻔뻔하고 수치스러운 자들이 선거 패배가 되자마자 건전한 진보 좌파의 탄생을 망쳐버릴 수작을 시작하고 있다. 교묘한 말장난을 시작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화합’ ‘통합’ 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시민들은 그 말의 숨겨진 그들의 노림수에 속아서는 안 된다. ‘통합’을 ‘봉합’으로 둔갑해서 그들은 그들의 죄를 봉합이란 말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그 봉합이란 단어 속으로 숨어들려고 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그들은 그들의 죄를 정치보복이라며 ‘보복’을 ‘화합’이란 단어로 둔갑시켜 그 속으로 숨어들려고 하고 있다.
건전한 정치, 건전한 사회를 위하여 집권층을 감시하고 충고하고, 견책하고 때로는 반대도 하는 건강한 진보 좌파 야당의 존재가 필수이다. 그러니 건전한 진보 좌파를 위하여 이 독버섯 같은 사이비 정치꾼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끌려가기만 했던 건전한 진보 좌파사람들이 앞장서기 바란다.
그래서 정풍운동, 퇴출운동을 하기 바란다. 이번 선거의 패배를 계기로 진보다운 진보 좌파 야당으로 거듭 새로이 태어나야 한다. 거듭해서 강조한다. 독버섯 독충들들 꼭 퇴출시켜야 한다. 진실된 진보 좌파가 그래야만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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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