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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2022-03-12 (토)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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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우리 삶을 크게 좌우한다. 우리 몸에서는 물론, 일상생활 많은 곳에 카메라들이 눈처럼 달려 있어 우리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건물과 도로는 물론 심지어 전쟁터로 부터 시시각각 영상이 전송되고 있다. 주위 사물 인식 기술로 레이더(RADAR)가 사용되어 왔지만 더 정밀한 라이다(LiDAR)라는 기술이 나왔다. 사람의 눈은 반사된 태양광을 매개로 사물을 보지만,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 물체에 맞고 되돌아오는 데이터로 물체의 거리, 속도, 방향 정보를 파악하는데 라이다 기술 경우는 레이저 빛으로 하기에 더욱 빠르고 정밀하다. 그러나 비, 안개에 약하다는 약점도 있다고 한다.

작지만 정교한 우리의 눈은 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력이 떨어진다고 다 같은 질환이 아니며 원인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기에 구별을 해보아야 한다. 노안은 근거리의 조절력이 떨어져 가까운 거리의 물체를 볼 때 눈이 쉽게 피곤해질 수 있고 사물이 잘 안 보인다거나 침침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백내장은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눈 속의 수정체 조직에 혼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한국인 경우 50세 이상에서 50% 이상이 백내장이 있다. 술과 담배, 스테로이드 복용, 자외선, 근시, 당뇨 등이 백내장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하는데, 시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이 황반의 중심이므로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 한다. 연령, 심혈관계질환, 흡연, 비만, 고콜레스테롤증, 과도한 광선노출 등이 주요원인 이며 증상은 초기에는 흐려 보이고 글자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고 점차 시력이 많이 저하된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빈도가 증가하는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며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한다. 급성과 만성으로 나눠지는데, 시력이 감소되고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시신경이 파괴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더 진행될 경우 시력을 잃게 된다.

거의 모든 어른들이 경험하는 안구 건조증은 눈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는 윤활제 즉, 눈물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서 발생한다.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 바람, 에어컨 또는 난방기에 의한 오랜 노출, 콘택트렌즈를 장시간 착용하는 경우, 윤활 능력의 부족을 일으켜 눈의 뻑뻑함과 모래알이 구르는 느낌, 이물감, 쓰라림, 가려움, 눈꺼풀이 무거운 느낌 등이 있다. 치료로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어주고 주기적으로 눈을 몇 분 동안만이라도 쉬게 한다.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눈을 강하게 감는 눈 운동도 효과적이다.
눈은 몸과 마음의 창이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본다고 한다. 눈물을 통해 눈은 그리움과 사랑을 보기도 하고, 보석같이 반짝이는 아기들의 눈에서는 순간순간 변하는 행복, 기쁨, 호기심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마음에 품느냐로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정하고 삶의 태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한 개인이 질투와 욕심을 가지고 남을 보면 자신의 마음이 평안을 잃을 것이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다면 어떤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따뜻한 사랑의 창으로 남을 보기위해 노력해야하며 다른 이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기 위해 상대방에게 나아가야 한다.

인류 근대사는 서로 다른 신분에 대한 권력투쟁으로 볼 수 있다. 양반과 천민, 부자와 가난한자,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뉘어 싸워왔다. 21세기 들어서 역사가 많이 발전되었나 싶더니 다시 민족 간에 다툼의 골이 깊어지고, 강한 자가 욕심을 내어 더 가지려는 싸움이 격렬해지고 있다. 잘못된 생각과 야욕으로 인해 국가와 세계를 보는 눈들이 심각하게 병들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이를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고귀한 사랑의 대상으로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 질환 치료도 중요하지만 부지런히 마음의 창을 반듯하게 해야만 한다. 올바른 마음만이 꼭 보아야 할 것을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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