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법원은 지난 2월 17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뉴욕주 검찰이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소환장을 보내왔는데 이는 민주당 소속 레티샤 제임스(Letisha James) 뉴욕주 검찰총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부당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니 소환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신청을 받고 이를 기각했다.
트럼프는 퇴임 후 부동산 관련 탈세 및 금융사기 혐의로 현재 2건의 소송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하나는 맨하탄 검찰청에서 똑같은 사건을 형사문제로 수사 중인 사건이고, 나머지 하나는 민사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건이다.
전국적으로 일원화된 검찰조직이 형사사건만 취급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연방, 주, 카운티마다 각 검찰조직이 따로 있다. 연방검찰은 연방법 위반 형사사건을, 카운티 검찰청은 주법 위반 형사사건을 처리한다. 주 검찰청은 각 카운티 수준에서 다루기 힘든 대형 형사사건과 이번 트럼프 그룹 조사처럼 민사 사건을 다루기도 한다.
대통령 재직시절부터 3년간 진행돼 온 민사 사건의 요지는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이 세금을 낼 때는 맨하탄 소재 트럼프호텔 등 그룹 소유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 신고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고, 반대로 은행 대출이나 보험심사 과정에선 시세보다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다. 트럼프 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 장녀 이방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트럼프 가족 소유의 회사이다.
트럼프 측은 뉴욕주 검찰이, 맨하탄 검찰청의 형사사건은 자신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소환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대신 묵비권이 인정되지 않는 민사 건으로 먼저 엮어 나중에 형사 건에 이용할 증언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다분하기 때문에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뉴욕주 법원의 담당판사 아서 엔고론(Arthur Engoron)은 “주 검찰총장이 트럼프 그룹에 대한 조사를 통해 금융사기 관련 증거를 많이 찾아냈기 때문에 트럼프 가족 중 여기에 관련된 주모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려면 신문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트럼프 가족은 3주 안에 검찰의 신문에 응하라고 명령했다.
뉴욕주 검찰청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은 현재까지 약 90만건의 서류를 제출했으며 12명이 넘는 직원들이 증인으로 호출됐다고 한다. 아무튼 트럼프 측은 항고할 것으로 알려져 신문이 당장 이루어지진 않고 법적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된 소환장(subpoena) 제도는 증인을 강제로 법정에 불러 증언을 듣는 절차로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증인에게 영장에 적시된 문서를 가지고 나오도록 명령하는 ‘문서제출명령’(subpoena duces tecum)과 대배심이나 재판정, 데포지션(deposition, 법정 외 신문제도로, 주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루어짐) 등에서 증언을 요구하는 ‘증인호출장’(subpoena ad testificandum)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법원의 개입 없이 검사나 변호사가 증인에게 직접 소환장을 발부하는 게 관행이다. 가령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변호사는 법원에 소환장의 집행을 요구하고, 법원은 이의 수리여부를 결정한다. 증인이 법원의 명령에도 따르지 않는다면 법원은 법정모독죄(contempt of court)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사안에 따라 구인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소환장 자체의 적법성에 대한 다툼이 생기면 소환장 관련 개인이나 법인의 쌍방 변호사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이해당사자의 변론을 들은 후 소환장 집행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도 만약 일상생활 중 뜻하지 않게 법원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소환 이유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소환장을 묵살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의해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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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