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 한국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막판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주목받는 집단은 이 편도 저 편도 아닌 중간지대 유동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2강의 어느 쪽에도 표를 주기 싫은 유권자들이 이번처럼 많은 경우도 드물다.
그래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포퓰리즘 공약들. 초박빙 경쟁일수록 표심을 자극할 뭔가가 필요한데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돈’이다. 전국민 기본소득, 청년/농어촌 기본소득, 자녀 출산 시 부모급여 등 공짜로 돈을 나눠주겠다는 공약들이 줄을 잇는다.
이들 후보가 특히 공을 들이는 대상은 20대.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선심 공세도 화끈하다. 이 후보는 연간 20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에 더해 청년기본적금을 약속했다. 청년들이 5년 동안 기본자산 5,000만원을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맞서 윤 후보는 청년도약계좌를 약속했다.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만들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공약만 보면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청년들은 고생 끝 희망 시작이다. 그만한 예산을 어디서 조달할지, 과연 실행될 수 있을 지는 물론 다음 문제다. 일단 표부터 얻고 보자는 후보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선거판 표심자극 카드가 반세기 전의 고무신과 막걸리에서 현금지급 공약으로 바뀌었으니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돈이 좋은 건 사실이다. 일단 돈 걱정이 없으면 삶은 많이 편안해진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올라도 장볼 때 마다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을 일이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 값이 올라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렌트비 걱정, 바닥 드러내는 은행잔고 걱정에 밤잠 못자고 가슴 졸일 일도 없다.
돈이 있으면 삶을 편하게 해줄 많은 것들을 살 수가 있다. 예를 들면 시간이다. 직장일 집안일로 쫓길 때 돈을 쓰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청소해줄 사람, 잔디 깎을 사람, 잔심부름 해줄 사람을 고용하면 - 그렇게 돈으로 시간을 벌고 수고를 덜면 삶은 그만큼 안락해진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사회경제적 지위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자신이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대가로 기꺼이 얼마간의 돈을 쓰고 싶어 한다. 그렇게 남을 고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이다. 삶이 만족스럽다는 건 행복하다는 것, 최소한 그 정도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행복에 꼭 필요하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어쩌면 삶은 공평하다. 부자들이 돈으로 모든 걸 사고, 100% 행복하다면 돈 없는 사람들의 박탈감은 얼마나 더 클 것인가.
행복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건강과 관계이다. 몸이 건강하고 함께 어울릴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행복하다. 우선 건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 운동이 필수인데 그걸 남이 대신 해줄 수는 없다. 자신이 운동하고, 자신이 건강한 음식들을 섭취해야 한다. 적당한 강도로 20분 운동하면 고조된 기분이 12시간 지속된다고 한다. 그만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운동은 기억력 증진, 인지능력 개선,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아울러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좋은 친구들. 서너명 아주 친밀한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장수할 확률이 50%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슴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아울러 돈으로 살 수 없어야 하는 것은 표심. 한국의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무책임한 선심 공약에 솔깃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