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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만해협, 그리고 한반도

2022-02-21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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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은 분명 아직 죽지 않았다.’

2022년 2월 16일. 무슨 날이었나.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목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정일이다. 그러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은 전쟁이 곧 일어날 것처럼 선전하고 심지어 시점까지 예측하는 파렴치한 짓을 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논평이다. 러시아 국영언론은 2월 16일을 ‘침공 없는 날’로 부르며 비아냥댔다.


서방세계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졸린 조(Sleepy Joe)’로 조롱을 받고 있는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펼친 현란한 정보전에다가, 깊은 내공이 깃든 외교초식에 밀려 푸틴은 주춤주춤 한 두 발 뒤로 물러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부문은 바이든 외교안보팀이 보여준 탁월한 외교능력과 리더십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어 일사분란하게 대응함으로써 서방동맹의 파워를 십분 과시했다는 거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때는 수수방관만 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혹평을 들어 온 나토다. 그 나토가 바이든 안보외교팀의 단호한 대처 등 리더십 발휘로 강력한 동맹으로 부활을 했다. 미적대던 독일도 하나가 돼 제재에 동참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중립국인 스웨덴, 핀란드도 나토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푸틴의 섣부른 위협은 서방의 분열이 아니라 오히려 단합을 불러왔다,

상황의 대역전이랄까. 관련해 한 유럽외교관은 서방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보도한 것.

이로써 바이든은 러시아의 푸틴은 물론, 중국의 시진핑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만침공에 나설 경우 미국이 이끄는 인도태평양지역과 유럽을 망라하는 반중(反中)연합전선의 저항에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경고도 숨겨져 있다는 거다.

우크라이나사태는 그러면 이로써 일단락 된 것인가.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었다. 그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는 강 대 강으로 대치, 일촉즉발의 상황(이 글이 쓰여진 시점에는 침공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은 계속되고 있다.


계속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는 그러면 한반도 상황과는 무관한 것인가.

“1945년 이래 유럽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그 지정학적 충격파는 한반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의 진단이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부쩍 친화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발발은 북한에 보다 유리한 기회를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 한 예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루어지면 그 틈을 타 북한은 핵 또는 대륙간탄도탄실험을 재개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의 관심은 온통 우크라이나에 쏠려있다. 때문에 도발대가를 덜 치르게 된다는 계산에서라는 것.

“툭하면 미사일 발사에, 핵실험을 하는 북한은 중국입장에서 부담이었다. 그 북한이 이제는 아주 유용한 자산이 되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급기야 과거 ‘파시시트 주축’을 방불케 하는 시진핑- 푸틴 축이 형성됐다. 자유민주주의 서방과 권위주의 독재세력의 대립은 군사적 긴장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날로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대만해협위기가 그것이다.

이 정황에서 북한은 계속 미사일을 쏴 댔다. 초음속의 이스칸데르형 미사일까지 선보여 사드 등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무력화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결코 아니라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한반도의 위기발생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경제발전에 저해가 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대한 종전의 중국 입장이다. 미-중관계가 남로 험악해지면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는 거다. ‘한반도에서의 위기발생은 중국으로서는 황금기회가 될 수 있다’로.

다름에서가 아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인다. 한국이 긴장한다. 일본도 예의주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다. 미국의 대만방어전선에 동참하기 어렵게 된다. 이 상황을 미국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대만방어 중심으로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을 재배치 할 수밖에 없다. 미 7함대 전력이 대만해협 중심에서 서해 쪽으로 북상하는 것이다.

이 틈을 타 중국은 쉽사리 대만공략에 나설 수 있다. 일단 대만을 점령하면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전략으로 뻗대는 거다.

핵무장 북한. 그 북한의 도발은 한 마디로 중국입장에서 미국과의 대치상황에서 외교는 물론, 군사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미국의 대만문제에 대한 무분별 간섭은 한반도에서 미묘한 상황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북한 측 성명에 특히 주목했다.

내려지는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해협. 이 세 지역은 미-중 전략적 경쟁시대를 맞아 더 이상 각각의 별개 지역이 아니다. 공동운명체 같이 서로 뒤얽혀가고 있다. 때문에 아시아의 한 특정지역에서 미국의 패퇴는 중국공산당과 김정은체제의 한반도에서의 불장난으로 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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