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메달 2개·은메달 5개·동메달 2개, 쇼트트랙·빙속에 편중
▶ 개인전 메달리스트 전원은 모두 평창 메달리스트…선수 육성 시급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17일(현지시간) 오후 중국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단상에 올라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질주로 시상대에 오른 최민정, 황대헌(이상 쇼트트랙), 차민규, 정재원, 김민석, 이승훈(이상 스피드스케이팅)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모두 4년전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 쇼트트랙 단체인 남녀 계주에 참가한 일부 선수를 빼면 개인 종목에서는 새로운 메달리스트를 단 한 명도 발굴하지 못했다.
한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에 따른 훈련 부족과 국내외 대회들의 축소 운영으로 어쩔 수 없이 '평창의 영웅들'에게 다시 한번 메달 획득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빙상 종목은 물론, 설상, 썰매 종목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설상에선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 '배추보이' 이상호에게 금메달을 기대했고, 스켈레톤에선 평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강원도청)에게 메달을 바랐다. 봅슬레이는 원윤종조, 컬링은 '팀 킴'만 바라봤다.
한국은 지난 4년간 평창의 영웅을 뛰어넘을 새로운 영웅 발굴에 실패했다.
그 결과 한국은 첫 메달을 획득한 1992 알베르빌동계올림픽 이후 이번 대회에서 역대 가장 적은 금메달 타이기록을 썼다.
한국은 19일(한국시간) 현재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대회 개막 전에 세운 금메달 1~2개의 목표는 채웠지만 아쉬운 결과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한 대회 금메달 2개 이하를 획득한 건 1992 알베르빌 대회(금 2, 은1, 동1),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금2, 은2) 이후 처음이다.
메달 순위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저 순위(14위)를 깰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평창 대회 때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땄다. 4년 전과 비교하면 메달 수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메달 획득 종목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편중됐다는 것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힘든 환경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손뼉 쳐줄 만하다.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획득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대표팀 전력 악화와 편파 판정 논란을 딛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최민정(성남시청)은 험담 메시지 트라우마와 각종 부상을 딛고 여자 1,500m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대헌(강원도청)도 남자 1,000m에서 나온 편파 판정의 아픔을 딛고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의미가 컸다.
빙속도 마찬가지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나선 차민규(의정부시청)는 직전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2부리그로 추락하는 등 저조한 모습을 보였는데, 아무도 예상 못 한 '깜짝 메달'을 획득하며 국민에게 기쁨을 안겼다.
정재원(의정부시청)은 평창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IHQ)의 페이스메이커를 맡았던 논란을 딛고 성장해 당당히 은메달을 차지했다.
반면 다른 종목은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래도 피겨스케이팅에선 남자 싱글 차준환(고려대)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인 5위를 차지했고, 여자 싱글 유영과 김예림(이상 수리고)도 각각 6위와 9위를 기록하는 등 남녀부 선수 모두 톱10에 포함되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메달을 기대했던 설상, 썰매, 컬링 등은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 움직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용했던 많은 국내 훈련 시설과 경기장은 대회 직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문을 닫았다.
선수를 키워야 할 각 종목 연맹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연맹들이 평창 올림픽 이후 공과를 놓고 내부 권력 싸움을 벌이며 선수 육성에 소홀했고, 외국인 지도자 영입 등 평창 올림픽 당시 추진했던 많은 지원책도 일회성으로 끝나면서 선수들의 세대교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4년 뒤다. 언제까지나 '평의 유산'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순 없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상처를 치료하고 제대로 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2년 뒤 열리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는 새로운 국내 유망주 발굴을 위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