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선 미국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수 코스로 거쳐야 하는 로스쿨에 대해 알아본다. 통상 미국의 로스쿨이라 함은 대학원에서 3년간 공부하는 JD(Juris doctor) 과정을 일컫는다.
먼저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4년간 대학에서의 학부성적과 동아리 활동실적 등에다 로스쿨 입학고사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합격한 1학년생들은 50명 정도씩 여러 섹션으로 나뉘는데 같은 섹션 학생들은 1년 내내 똑같은 수업을 들을 친구이자 동시에 선의의 경쟁자들도 된다.
1학년의 정규과목은 헌법, 민사소송법, 형사법, 재산법, 계약법, 불법행위법(tort), 법률문서 작성 등으로 이뤄진다. 학생들에겐 로스쿨의 좋고 나쁨을 떠나 3년 과정 중 공통적으로 1학년 때가 가장 힘들고, 심적으로도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2학년이 시작되면서 로펌과 취업 인터뷰를 통해 진로가 정해지는데 이때 전적으로 1학년 성적을 참고하므로 상대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죽기 살기로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강의는 법률지식 주입보다 법률가로서 법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주로 ‘소크라테스 식 문답법’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민사소송법 시간이라면, “조지아 주민이, 뉴저지 상점에서, 뉴욕주 회사가 만든 TV를 구매했는데, 사용 도중 TV가 폭발하여 부상을 입었다면 어느 주 법원에서 소송을 걸어야 하는지 말해보라’는 식이다.
갑작스런 지명을 받고 준비해 간 판례를 인용하면서 의견을 개진해보지만, 문제는 한번 답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교수님의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진다는 점이다. 급우들 앞에서 무안을 당하지 않으려면 수업을 빡 세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성적 평가는 리포트나, 퀴즈시험, 중간고사 같은 것 없이 기말고사 한방으로 끝을 낸다. 그래서 시험 날엔 모두들 비장한 눈빛으로 등교한다. 참고서나 암기노트 보는 것을 허용하지만 일일이 답을 찾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요 판례들은 자기 것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또 어렵사리 판례를 달달 외웠다 하더라도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어른으로 형사 처벌할 수 없는데, 어른도 아이도 아닌 피터팬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처벌해야 하나?”와 같은 황당한 형사법 시험이 나올 때도 있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렇게 정신없이 쫓기듯 1년을 보내고 2학년 가을 신학기가 시작될 즈음이면 로스쿨 최대 이벤트인 취업 인터뷰가 이뤄진다. 로펌 인사담당들이 학교로 찾아와 2학년 마친 후 자기들 식구로 데리고 갈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해서이다.
이 행사를 신호탄으로 비로소 캠퍼스에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벌써 반쯤 취업이 결정된 터라 악착같이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이들 선두그룹의 승부욕이 식어진 만큼 나머지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2학년부터는 평소 듣고 싶었던 수업을 선택할 수 있고 인턴십이나 동아리 활동에도 눈 돌릴 시간이 생긴다.
특히 미국 검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에겐 좋은 성적 못지않게 검찰청 인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국선변호사가 되려 해도 인턴과정 없이 바로 국선변호사로 직행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보면 된다.
요즘엔 로스쿨마다 재학 시절에 많은 실무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 ‘세금법 클리닉’을 비롯하여 이민법, 지적재산권 클리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수업을 통해 나머지 2년간 졸업학점을 채우면 미국 변호사시험인 이른바 바(Bar)시험을 거쳐 대망의 새내기 변호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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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