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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춘삼월에는

2022-02-16 (수) 정해철 / 볼티모어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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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벌써 2월이 다 가고 있다. 새해 첫날을 맞이하면서 모두들 나름대로 새해 계획도 세웠을 것이고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도 정하였을 것이다. 또 새해에는 꼭 고쳐야 할 자신의 생활 습관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지 않았나 싶다. 금연을 결심한 분들도 계실 것이고 매일 30분이라도 운동을 하겠다는 분도 계실 것이고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서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매 연초에 알게 모르게 다짐하는 것이 있다. 비록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나이를 먹으면서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다짐하는 목표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숙함과 지혜로움이다. 젊은 분들이나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나 누구나 빼놓지 않고 새해를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는 다짐을 하는 것이 이 좀 더 성숙함과 지혜로움이 아닌가 싶다.

동양의 고전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篇) 4장에 보면,
子曰(자왈)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우학) 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 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 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 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 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 호되 不踰矩(불유구)라.

간단하게 풀이하면,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學問)에 뜻하였고, 서른 살에 자립(自立)하였고, 마흔 살에 사리(事理)에 의혹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天命)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耳順),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法度)를 넘지 않았노라.”
필자는 개인적으로 위정편 4장을 좋아한다. 읽을 때마다 공자의 그 체험에 놀랐고, 그때 나 자신이 40살 이전이었기에 할 일이 많이 있구나 하면서, 삶의 애착, 삶의 의지, 지식에 대한 강한 욕구, 사제의 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확립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또한 여고의 교사로서 여고생들을 가르칠 때도 이 문장을 암기하여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삶의 의미를 강조한 기억이 있다. 공자의 위정편 4장만 제대로 실천해도 우리는 성숙함과 지혜로움을 발휘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에서도 성숙함과 지혜로움의 척도가 있다. 바로 마태오 복음 5장에 나오는 황금률(Golden Rule)이다. 산상설교에서부터 해서 뒤따라 나오는 여러 가지 말씀은 우리 삶에 성숙함과 지혜로움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그 내용은 참 행복,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 화해, 극기, 가족의 소중함, 정직, 폭력 포기, 원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5장 전체이다. 그 말씀대로 따라 살면, 그 자체가 성숙함이고 지혜로움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여정에서 성숙함과 지혜로움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다. 성숙함과 지혜로움을 통해 자신이 정화되고 나의 성숙함과 지혜로움으로 인해 상대가 성숙해진다면, 그것만큼 좋은 삶도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성숙함과 지혜로움은 자신의 깊은 성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새해는 시작되었고, 곧 있으면 꽃 피는 춘삼월이 시작된다. 모두가 곧 다가오는 꽃피는 춘삼월에는 더욱 성숙함과 지혜로움을 갖추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부터 먼저는 말할 것도 없이….

<정해철 / 볼티모어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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