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본 제국주의 사슬에서 해방된 날은 1945년 8월 15일이다. 우리는 ‘1945년 8월 15일’이라고 연/월/일의 순서로 적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적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순서를 완전히 반대로 해서 일/월/년의 순서(15일 8월 1945년)로 적는 사람도 있고 이것을 조금 바꾸어 월/일/년의 순서(8월 15일 1945년)로 적는 사람도 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연/월/일을 적는 방법으로 모두 여섯 가지가 있다. ‘연’을 맨 앞에 놓으면 연/월/일, 연/일/월이라고 적을 수 있고 ‘월’을 맨 앞에 놓으면 월/일/연, 월/연/일이라고 적을 수 있고, ‘일’을 맨 앞에 놓으면 일/월/연, 일/연/월이라고 적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모두 여섯 가지가 나올 수 있지만 현실은 주로 앞에 말한 세 가지 방법으로 적는다.
첫 번째는 연/월/일의 순서로 적는 것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1945년 8월 15일’이라고 적는다. 1945-8-15이라고 적을 수 있고 1945/8/15로 적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연, 월, 일이라고 일일이 적는 대신에 마침표를 찍어서 1945. 8. 15.이라고 적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마침표를 사용하는 경우에 자주 발견되는 잘못이 있다. 다름이 아니라 ‘1945. 8. 15’라고 적는 경우이다. 즉 ‘년’과 ‘월’이라는 글자가 들어갈 자리에는 마침표를 찍지만 ‘일’이라는 글자가 들어갈 자리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 잘못이 그것이다. 즉 1945년에서 ‘년’을 대신해서 마침표를 찍었고 8월의 ‘월’을 대신해서 마침표를 찍었다면 15일도 ‘일’을 대신해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만일 15 다음에 마침표가 없으면 ‘15일’이 아니라 그냥 ‘숫자 15’가 되는 것이어서 ‘1945. 8. 15’의 뜻은 ‘1945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45년 8월 15’가 된다. 눈여겨보면 이렇게 ‘일’의 자리에 대신 찍어야 하는 마침표가 없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적는 연월일이라는 순서를 완전히 반대로 하여 ‘일’을 가장 먼저 적고 그다음에 ‘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도’를 적는 방법이 있다. 즉 일/월/연의 순서가 되어 ‘15. 8. 1945’가 된다. 영국이 이렇게 적는다.
세 번째로 미국은 ‘월’을 맨 앞에 적는다. 그 다음에 ‘일’을 적고 ‘연도’를 나중에 적는다. 즉 월/일/연의 순서가 되어 ‘8. 15. 1945’라고 적는다. 그리고 맨 앞의 월은 숫자 대신에 그 달의 영문자 약자를 적기도 해서 ‘8’대신에 ‘Aug.’라고 적기도 한다.
살다 보면 생년월일이나 신청일자, 서명 일자 등 일자를 적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미국의 경우 그런 것을 적는 그 부근에는 대개 ‘mm/dd/yyyy’나 ‘mm/dd/yy’라는 보기의 표기가 있다. 여기서 m은 월(month)을 말하고 d는 일(day) 그리고 y는 연도(year)를 뜻한다. 즉 ‘월/일/연도’의 순서로 적으라는 뜻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미국은 월/일/연의 순서로 적는다.
여기서 월을 하나의 m이 아니라 두 개 연속된 mm으로 예시하고 있고 일도 하나의 d가 아닌 두 개 연속된 dd로 예시하고 있는 것은 월과 일을 ‘두 자리 숫자’로 적으라는 뜻이다. 즉 1월은 ‘01’로 적고 11월은 ‘11’로 적으라는 뜻이다. 월(mm)과 일(dd)를 두 자리 숫자로 적으라고 예시해 두었는데도 1월을 ‘01’이 아닌 ‘1’로만 적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자리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월을 적는 칸이 두 칸(mm)인데 첫 번째 칸에 1이라고만 적혀 있고 다음 칸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는 경우에 일단 그것이 ‘1월’일 것이라는 강력한 추측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강력한 추측을 한다고 해도 ‘10월’ ‘11월’ ‘12월’ 중의 하나인데 두 번째 칸에 ‘0’, ‘1’, ‘2’를 적는 것을 잊은 것이라는 가능성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두 번째 칸에 1이라고 적혀 있고 첫 번째 칸이 비어 있는 경우도 같다. 이 경우에도 ‘1월’일 것이라는 강력한 추측은 할 수 있지만 ‘11월’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간단히 생각하자. 두 자리 숫자(mm 또는 dd)로 적으라고 하면 두 자리 숫자로 적으면 된다. 적을 것이 없는 빈칸에는 ‘0’을 적어 넣으면 되고.
그리고 연도를 뜻하는 y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y가 넷인 경우는 연도의 네 자리를 모두 적으라는 것이고, y가 둘인 경우는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적으라는 뜻이다. 그래서 ‘mm/dd/yyyy’의 경우에는 ‘08/15/1945’로 적으면 되고 ‘mm/dd/yy’의 경우에는 ‘08/15/45’로 적으면 된다.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물건이 수입되는 국제적 시장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나라마다 연월일 표기방법이 차이가 있다 보니 식품의 보존기간 확인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어 ‘1. 12. 2022’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게 2022년의 ‘1월 12일’인지 ‘12월 1일’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 표기 방식이 ‘월’을 먼저 적는 미국식인지 ‘일’을 먼저 적는 영국식인지 알아보기 위해 포장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추측하기보다는 안전을 위해 사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