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은 ‘밸런타인스 데이’다. 서양에서는 남녀가 무관하게 연인에게 선물을 주고받으며, 동양권에서는 주로 여성이 남성에게 초컬릿을 주면서 “나는 당신은 사랑합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이러한 문화는 현대사회에 와서 초컬릿 회사들이 마케팅에 접목시킨 상술이 되었지만, 유래는 종교적 기념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전 유럽을 휩쓸었던 로마가 결혼한 병사들이 사랑하는 아내가 그리워 전쟁터에서 탈영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병사들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시켰는데 발렌티노라는 신부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을 어기고 몰래 결혼을 성사시켜 주었다가 발각되어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생긴 것이 ‘성 발렌티노 축일’ 다시 말해 ‘밸런타인스 데이’라고 전해져오고 있으나 성 발렌티노가 실존인물이라는 증거는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유래야 어찌되었건 요즘은 남녀 관계없이 이웃이나 친구, 직장동료등 주위의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초컬릿이나 꽃, 향수, 카드 등 선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밸런타인스 데이가 기독교와 관련되어있다는 유래 때문에 성탄절처럼 종교적 이유로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거부감을 보이기도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북한처럼 아예 금지한 국가도 있다.
밸런타인스 데이의 주제는 사랑이다.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검색해보면 사랑이라는 말이 2,271번이나 나온다고한다. 인간은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일까?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깊이도 길이도 색깔도 다르며, 양이나 질도 다를 뿐 아니라 사람에 따라서는 가치체계도 다르다.
한국 사람의 정서상 사랑이란 느끼고, 웃음 짓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영미 사람들은 “I love you”라고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Je t’aime”라고하며, 독일 사람들은 “Ich liebe dich”라고 하는데 모두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우리 한국 사람들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 ‘너’라는 말은 모두 빼고 그냥 “사랑해” 한다. 한국인들에게는 너와 나를 구분지어 표현하는 개인주의적 발상이 들어간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는 이미 하나가 되었다고 하는 한국적 문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무뚝뚝한 경상도 청년이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갔다. 첫날밤에 신부에게 “내 니 사랑한데이, 오늘 니를 사랑한다고 확실히 말했으니 다시는 사랑한다는 말 안해도 되재.” 이 말을 들은 신부는 기가 막혔다.
이런 사람을 남편이라고 믿고 어떻게 한평생을 함께 살아갈 것인가? 한참 생각에 잠겼던 신부가 신랑에게 “자기야, 난 건망증이 무지 심하거든. 금방 들은 이야기도 돌아서면 잊어버려, 그러니까 지금 한 이야기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줘야 돼! 알았지?” 그제서야 신랑은 깨닫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사랑해” 퇴근해서도 “사랑해”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밸런타인스 데이는 해마다 돌아오지만 일년에 한번 제사 지내듯 “사랑해” 할게 아니라 우리 모두 이 경상도 청년처럼 아침저녁으로 아내에게, 남편에게 “사랑해”라고 일년 내내 밸런타인스 데이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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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