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초 발표된 LA 한인가정상담소의 2021년 서비스 활동 및 성과에 대한 통계는 코로나 팬데믹 2년째였던 지난해 많은 한인가정들이 겪은 위기와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가정폭력 피해 신고자 수가 현저히 늘어났고, 이에 따른 심리상담과 대처 서비스가 전년대비 15~20% 증가했다. 도움을 받은 이들 대다수는 이민 1세대 여성이고 저소득층이었으며 아동청소년의 상담도 10%를 차지하는 등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에 노출된 취약계층의 고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소식은 한인 위탁아동의 수가 2019년 23명에서 2021년 36명으로 50% 증가했다는 것이다. 위탁아동은 친부모의 질병, 가출, 이혼, 사망, 학대, 방치, 폭력 등의 이유로 아동보호국에 의해 분리돼 포스터홈에 맡겨진 아이들이다. 미 전국적으로 약 42만4,000명, 캘리포니아에 6만5,000명, LA카운티 내 3만5,000여명이 있으며, 이중 아시안은 600~800여명, 한인아이들은 60~80명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인가정상담소에 맡겨진 케이스들은 걸음마 수준의 영유아들이 유난히 많았고 형제자매가 함께 위탁된 경우가 늘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문제는 한인아이들을 품어줄 한인 위탁가정의 수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인 1세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타인종 가정에 맡겨지면 부모 및 형제자매와 떨어진 충격과 더불어 낯선 언어, 음식, 문화 차이로 인해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학대가 발생하기도 하고, 적응을 못해 여러 가정을 전전하게 되기도 한다.
연방보건후생부 통계에 따르면 친부모나 친척에게로 돌아가는 케이스는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위탁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동의 40~50%는 고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75%는 21세가 되기 전 적어도 한번 임신을 경험하며, 해마다 4,000명이 18세 성년에 위탁가정을 나선 후 곧바로 홈리스가 되거나 범죄에 연루돼 감옥으로 가고 있다.
2014년부터 아동보호국과 연계하여 위탁가정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한인가정상담소에 의하면 지금까지 250여 한인부부가 교육을 수료했고, 이중 40가정이 승인받아 활동하고 있다. 더 많은 가정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상처 입은 아이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한인사회와 주변이웃의 사랑과 도움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