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 대통령선거 관련 TV토론은 195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토론이었다.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스티븐슨 후보와 에스테스 후보 간 토론은 총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마치 연예인들처럼 TV에서 말을 주고받는 토론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결국 1959년에 토론법이 통과된 후 방송사들이 후보자를 초청하는 토론회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1960년 열린 역사상 첫 TV 대선토론에서는 현직 부통령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인 존 F. 케네디 매사추세츠 연방 상원의원이 맞붙었다. 닉슨 후보가 분장을 거부,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이 방영되고 반대로 케네디 후보의 세련된 모습이 부각됐다.
영상의 강한 이미지 탓인지 TV토론회 시청자들은 라디오 시청자와 달리 케네디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이런 결과의 충격파 때문인지 미 대선 TV토론회는 1976년 대선까지 개최되지 않았고 지미 카터 대통령이 출마한 대선에서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미 대선토론위원회는 토론의 전과정에 개입하는데, 마지막 열린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TV토론에서는 토론 주제에 대해 각 후보에게 2분간의 답변 시간동안 상대방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마이크를 차단했다. 당시 주제들은 코로나 펜데믹, 인종문제, 기후변화, 국가안보 등 6개 주제를 각 15분씩 총 90분 토론했었다.
한국의 경우 법이 정한 첫 TV토론은 1997년 대선이었다. IMF 외환위기라는 국난을 겪던 시기에 야당 후보 김대중씨가 나온 TV토론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사상 첫 민간정부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1위 드라마 시청률을 뛰어넘은 시청률 55.7%는 대선 시청률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열린 2017년의 대선에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등 5명의 후보가 세 차례 TV토론을 했다. 보통 여야 2강 후보 2명만이 하던 관행을 깨고 여러 명이 화면에 나왔다.
올해 대선에서는 현재 2강의 위치인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가 여야 토론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의 심한 불만으로 이런 형태의 토론을 중지시키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한 후보도 있다.
약소후보들은 “양자 토론은 기득권 양당의 담합”이라며 다자 토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의 공직선거법상 대선 토론회는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3월4일 이전까지는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 2월달에 집중된 TV토론은 미주 한인들도 유튜브로 높은 시청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월 14일까지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도 TV토론회에 참여하게 되는데, 흥행몰이를 할 인물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인 허경영씨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한 달 내에 18세부터 100세까지 1억원을 주겠다는 공약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야 후보의 가족이나 배우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부동층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후보단일화를 위한 제3지대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호감도가 과반수인 50%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노리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비호감 1위 후보와 비호감 2위 후보만 참여하는 비호감 TV토론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자신도 TV토론에 나올 자격이 있다고 강변했다.
한동안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만 참여하는 양자토론회를 추진하려 했지만 결국 구정직후 4자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토론 시청 후기는 미지근하기만 하다. TV토론에서 비춰지는 이미지에 따라 이번 대선 국면도 여러 차례 변곡점을 맞을 것이다. 어느 후보가 TV토론 역대 최강자였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벤치마킹하여 가장 세련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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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