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떨어지는 칼날 잡는 젊은 투자자들

2022-02-09 (수) 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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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글로벌 증시가 부진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월에 8.98% 하락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라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주가 하락에는 이유가 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등 긴축 조짐을 보이는 것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 중이다. 그동안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회수되는 것인 만큼 증시 하락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 방식이었던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경험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다. 올해 초 시장 상황에 앞서 증시 냉각기를 충분히 겪은 노련한 투자자라면 1월의 충격에 앞서 심상치 않은 징후를 감지했을 것이다. 실제 투자전문사이트 인베스팅닷컴 설문조사에 따르면 4050세대가 주를 이루는 노련한 투자자들 중 87%가 지난해 주식투자로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2030세대(67%)보다 20% 포인트 높다. 올해가 오기전 한 발 앞서 자산을 현금화하면서 시장 충격을 극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투자자들은 어떨까. 불행하게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2년차인 지난해 찾아온 증시 랠리는 그들에게 주식 투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젊은 투자자들은 증시 급락을 아프지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된다는 순진한 생각이다. 이때문에 인베스팅닷컴 조사에서 84%의 젊은 투자자들은 올해 주식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고 지난 1월 하락장에서도 추가 매수로 시장에 대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연준 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은 이미 ‘닷컴버블’이 일었던 199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준비 중이다. 2030투자자들이 닷컴버블을 알고 있을까. 알고 있더라도 그때 상황을 경험한 노련한 투자자들만큼 체화하고 있을리는 없다. 당시 버블이 최절정이었던 2000년 1월 나스닥은 4,572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자 2002년 7월 1,172포인트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1년 반 만에 무려 74%나 폭락한 것이다.

닷컴버블은 과거의 일일 뿐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사람들도 많다. 증시의 향방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화된 소셜 미디어 덕분에 그들은 쉽게 자신의 의견을 공유한다. 인베스팅닷컴 조사에서 약 50%의 젊은 투자자들은 참고사항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월가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소셜 미디어와 친하지 않을 것이고 젊은 투자자들과 만날 기회도 적었다.

2030 투자자들이 무모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여지도 있다. 지난해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 넘게 폭등했다. 그보다 더 많이 오른 렌트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제 일자리를 잡고 커리어를 시작해 많지 않지만 목돈을 손에 쥔 청년들 입장에서 투자는 생존의 문제다. 매달 들어가는 렌트비용을 부담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집을 사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그나마 접근이 용이한 주식 투자라도 적극적으로 해서 돈을 불려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을 할 만하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암호화폐에도 상당 금액을 투자했을 것이다.

당장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고 투자를 접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실적이 바탕이 되는 종목들을 꾸준히 중장기적으로 매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투자의 금언을 말하고 싶다. 14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1월 증시가 의미하는 바는 확실하다. 당분간 이와 같은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때에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해 손실을 만회한다며 빚까지 져가면서 특정 종목에 ‘몰빵’ 투자를 한다면 최악의 경우 그 결과가 낳을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젊은 투자자라면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주식 투자의 격언을 새겨야 할 때다.

<이경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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