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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퇴각과 페이스북의 추락

2022-02-08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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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과 함께 기세가 등등하던 코로나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것이 처음 발견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 그 다음 경유지인 영국, 그리고 미국의 확진자 발생 그래프는 그야말로 극적이다. 어느 순간 수직 상승하더니 정점을 찍은 후에는 자유 낙하를 거듭하고 있다. 하루 80만명이 넘던 미국 내 하루 확진자는 이제 30만 명대로 떨어졌고 한 때 30만명이 넘던 가주도 3만대로 내려왔다.

이들 도표를 보면 코로나도 과거 전염병이 그랬듯 결국은 걸릴만큼 걸려 집단 면역이 형성된 다음에야 끝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백신과 치료약이 나와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이는데 기여했지만 오미크론의 급속한 전파를 막는데는 속수무책이었다. 퍼질만큼 퍼져 더 이상 감염시킬 사람이 없어지니까 수그러든 것으로 봐야 한다.

오미크론 확진자 그래프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그림이 있다. 바로 페이스북 주가 도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상승에 상승을 계속하던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주 하루만에 27%가 폭락, 시가 총액 2,300억 달러가 증발했다.


페이스북이 이처럼 폭락한 것은 애플이 페이스북 사용자 개인 정보 추적시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지침을 바꾼 것이 한 요인인데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연 100억 달러의 광고비 손실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틱톡’이 요즘 젊은이들 사이 대세로 떠오르고 ‘유튜브’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점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넷플릭스와 함께 2020년 코로나 사태로 가장 덕을 본 주식의 하나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매달리거나 넷플릭스를 하루 종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최근 넷플릭스가 최고치에서 40% 떨어진데 이어 페이스북마저 이처럼 폭락한 것은 역설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올수록 이들 서비스 이용자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04년 하버드 재학생이던 마크 주커버그가 장난삼아 학생들의 얼굴을 인터넷에 올려 인기 투표를 하는 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것이 학교내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싣는 연락망으로 커지고 다른 학교들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조직망으로 발전했다. 이용자가 늘자 광고주들이 몰리면서 2007년 저커버그는 23살의 나이로 최연소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최근 주가 폭락으로 300억 달러가 날아갔지만 그래도 그의재산은 8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는 이런 재산 감소에 별로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기 재산의 99%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99%를 줘도 8억 달러 이상 남는다.

지난 2년간 미 증시를 주도한 것은 ‘FAANG’으로 불리는 하이텍 주식들이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이 그들이다. 그 중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은 이제 빛을 잃고 있다. 5개 송곳니 중 두개가 빠진 셈이다. 앞으로는 ‘FAANG’ 대신 이 둘을 빼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넣어 ‘MAGA’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의 폭락과는 대조적으로 아마존 주식은 지난 주 하루 14%폭등, 시가 총액이 사상 최대 증가폭인 1,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연말 내내 컴퓨터 키를 눌러대면서 아마존 순익이 2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와는 달리 인터넷 샤핑의 편리함을 맛본 소비자들은 팬데믹이 끝나도 아마존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투자가들은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폭등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주식은 최고치에서 15% 정도 빠진 상태다. 대세주의 최강자도 연 7%에 달하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기류 변화를 이겨내지는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년간 FRB가 최소 3,4회, 많으면 7회까지 연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예를 보면 지금 제로 수준인 단기 금리는 2%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연방 채권의 수익률은 2020년 0.5%까지 내려갔다 1.9%를 이미 넘어섰다.

금리가 제로이고 인플레가 7%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현찰을 들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지난 수 년간 이들 자산이 무섭게 오른 것은 연방 정부와 FRB가 푼 수 조 달러의 돈이 이곳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돈 풀기를 중단하고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 되면 투자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 요즘 같이 주가가 빠질 때도 재산이 늘고 있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썰물 때가 되어서야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각자 옷은 잘 챙겨 입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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