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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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인종증오범죄 맞서고 싸우자

2022-02-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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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샌프란시스코와 LA, 뉴욕을 비롯한 미국 대도시에서는 아시안 차별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열렸다. 아침산책길에 흑인청년에게 폭행당해 숨진 84세 태국계 노인의 1주기를 맞아 인종증오를 규탄하고 아시안 아메리칸의 연대를 외치는 시위였다.

미국내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후 지난 2년 동안 지하철, 길거리, 마켓 등 공공장소에서 주로 노인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아시안 외모를 가진 사람은 중국계나 한국계나 국적을 불문하고, 이민 1세뿐 아니라 이곳서 태어나고 자란 2, 3세까지도 욕설과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금품을 빼앗기거나 폭행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바로 일주일 전에도 뉴욕에서 한인 식품점 업주가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3주전에는 40세 중국계 여성이 지하철 선로로 밀쳐져 사망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발표된 칼스테이트 샌버나디노의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의 데이터는 이처럼 위험한 사회현상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증오범죄(615건)가 발생한 도시 LA는 전년대비 71% 증가했고, 두 번째로 많은 뉴욕시(538건)는 두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샌프란시스코(112건) 역시 지난해보다 2배 많은 증오범죄가 신고 됐다.


이 연구에서 증오범죄의 대상은 흑인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성소수자, 라틴계, 유대인, 아시안 순이었다. 그러나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대상의 증오범죄가 턱없이 과소평가됐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민 1세들은 언어장벽과 소극적인 문화정서로 인해 부당한 일을 당해도 신고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안을 공격하는 많은 범죄행위가 인종증오로 분류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앞서 태국 노인과 중국계 여성의 사건 모두 증오범죄로 처리되지 않았다.

작년 5월 연방의회에서 아시안 증오범죄방지법이 통과됐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 주류사회가 가진 부당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는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아주 사소한 피해라도 반드시 신고하고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야한다. 개인은 물론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대처도 필요하지만 타 아시안 커뮤니티와도 협력하고 연대해야겠다. 혐오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제도화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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