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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수삼

2022-02-02 (수) 구인숙 메릴랜드 연합 여선교회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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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Giving Day. 일년에 딱 하루 쉬는 날이다. 비즈니스도 쉬고 교회도 안 나가는 오붓하게 쉬는 날인데 하나밖에 없는 딸도 나를 닮아 쉬는 날이었다. 소방대원 응급치료원에 내셔널 가드로 불려 다니며, 외아들 홈스쿨 시켜 장학금으로 사립 고등학교에 집어넣은 극성스러운 내 딸인데 야속하게도 엄마 보러 올 시간은 없다 한다.
그래서 그 귀한 쉬는 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파자마 입고 뒹굴고 있다가 배고프면 그냥 먹고 싶은 것 먹는 날이다. 그런데 지난해는 우연히 생긴 동생을 챙기느라 부랴부랴 마켓을 돌아다녔다.

“과장님, 전화로 말씀드린 수삼 주세요” “사모님, 제가 전화하고 오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며칠 전에 전화 드렸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요. 가지러 가야 되어서 45분은 걸리거든요. 마켓에 진열하는 상품이 아니라서요.” “아 예 예”
기다리는 동안에 근처에 사는 전도사 님과 정말 오랜만에 아주 맛있게 자장면을 먹었다.

12월은 모든 게 마음부터 바빠지는 계절이다.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는 교회 행사로 즐겁게 분주해지고, 다르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여러 가지 가족 행사와 파티 준비, 동창회 등등 술 마실 기회가 아주 많은 게 12월이다. 나는 나대로 쇼핑몰에서 비즈니스를 하기에 블랙 프라이데이부터는 그야말로 전쟁이나 다름없이 숨 쉴 사이도 없이 지나간다.
얼마 전 한국일보 광고란에 어느 대학교 송년 파티 광고를 보았다. 그 광고를 보고 나니 우연히 알게 된 동생 같은 사람이 생각났다. 한국 드라마에서 보던 술 잘 마시는 사람들, 또 언젠가 한국에 가서 동생을 만났는데, 매일 밤 집에 들어오면 소주에 오렌지 주스를 타서 아주 맛있게 마시는 것을 보며, 그 것도 매일 밤마다.


너무 신기해서 “동생, 자네 혹시 알코올 중독자 아닌가?” “아이구 우리 누님, 미국 가시더니 완전 예수쟁이 되었네요.” “이건 그냥 스트레스 풀며 엔조이 하는 거예요.” “그래도 매일 밤 이니 위가 빵구나겠다.”
그 때 올케가 냉장고에서 수삼을 꺼내 보이며 “형님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챙길 게요.”한다. 난 안심 푹 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내 고향은 인삼 재배로 유명한 강화도이다. 인삼 재배로 엄청난 부를 이루신 친척 아저씨가 한국 전매청에서 일할 때 늘 술자리에 불려 다녔는데, 그 때마다 수삼 한 뿌리를 꼭 먹고 술을 마셔 지금도 아주 건강 하시다. 그 아저씨 부인은 전도의 왕이라고 내게 자랑 하시는 아저씨, 그 생각에 파자마 바람으로 뒹굴다 나도 못 먹는 수삼을 구해 그에게 보내 주었다.
정성스레 보낸 수삼을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언젠가 내 생각나서 고마우면 꼭 예수 믿으라고….

<구인숙 메릴랜드 연합 여선교회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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