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부분]
밤에 별을 본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도시에서는 도무지 밤에 하늘을 올려다볼 일이 없거니와, 쳐다본들 ‘진짜별’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우니 말이다. 어렸을 때는 북두칠성 찾는 일이 식은죽 먹기였는데, 근래 밤하늘에서 별다운 별들을 본 것은 몇해 전 데스밸리에서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는 영원히 그런 밤하늘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짜별’ 인공위성들이 진짜 별들을 가리고 있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3~5년 후에는 밤하늘이 위성들로 가득 차 별을 거의 볼 수 없게 된다.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만도 무려 7,500여개나 되는데, 머잖아 그 수가 10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일등공신은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그램이다. 스타링크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이를 위해 총 4만여 개의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2019년 5월부터 쏘아 올리기 시작해 현재 1,840개가 올라가있으며 2027년까지 발사를 마칠 계획이다. 스페이스X 만이 아니다. 원웹(OneWeb), 아마존 카이퍼(Amazon Kuiper), 텔리샛(telesat) 등 다른 민간 우주사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비슷한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머잖아 지구궤도는 엄청 복잡해질 것이다.
인공위성의 급격한 증가는 인류와 지구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우선 과포화상태인 우주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주쓰레기는 인간이 우주로 쏘아올린 후 고장 났거나 임무를 마치고 버려진 위성, 로켓, 이들의 충돌잔해, 우주인이 놓친 도구들, 엔진에서 나오는 추진제 부스러기 등으로,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테니스공 이상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3만4,000개에 달한다.
이 쓰레기들은 총알의 7배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충돌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작년 11월말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위험한 파편이 접근해오자 우주비행사들의 외부유영 임무를 연기했다. ISS가 우주쓰레기와 충돌을 피해 회피 기동한 일은 지금까지 25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현재 건설 중인 중국우주정거장도 지난 7월과 10월 스타링크 위성의 접근에 위협을 느껴 두 차례 회피 기동한 적이 있다.
우주쓰레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천체관측자들에게 치명적인 ‘빛 공해’다. 수억 광년 거리에 있는 별들과 운하들을 거대망원경으로 관측하는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완전히 어두운 밤하늘’이다. 아울러 대기가 극도로 잔잔하고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 국제 천문대들이 칠레, 하와이, 호주 등지의 청정지대 높은 산 정상에 자리 잡는 이유가 고지대에는 빛 공해가 없고, 공기가 옅어서 별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민감한 천체관측이 인공위성들 때문에 어려워지면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지구와 충돌위험이 있는 혜성이나 소행성 관측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찾아올 수 있는데, 지금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인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바로 그런 상황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소행성만한 거대 혜성이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천문학자들이 대통령을 찾아가고 방송에도 출연하여 이를 경고하지만, 다들 무시하거나 조롱하고, 오히려 정치술수와 돈벌이기회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판을 치는 이야기다.
스타링크를 비롯한 민간우주사업의 원동력도 바로 그 ‘탐욕’이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가 “인구 희박지역을 위한 서비스”라고 주장하지만 진짜 이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 세계 농어촌산간지역 및 아프리카 오지의 사람들에게 장비설치비 499달러, 매달 99달러의 이용료는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부유한’ 사용자들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0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25개국에서 14만5,000명이 가입했는데 이는 월평균 1만1,000명이 늘어나는 속도다. 덕분에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올해초 1,000억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머스크를 비롯한 민간우주기업들은 인류의 미래나 지구환경에는 아랑곳없이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까지 돈을 벌어보려는 장사꾼일 뿐이다.
문제는 이들의 무분별한 우주사업계획을 제어하기는커녕 계속 승인해주는 정부 당국이다. 연방통신위원회는 2019년 스페이스X가 추가로 3만개의 위성을 더 배치하려는 계획 동의서에 서명했다. 정부로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인터넷 기반시설의 확장을 스타링크가 대신해주니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근시안적 정책들이 쌓여서 지금의 환경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이제 밤하늘은 우리가 알던 밤하늘이 아니게 될 것이다. 가장 온전한 밤하늘을 볼 수 있는 ‘밤하늘 보호지구’(dark sky preserves)가 세계 18곳에 지정돼있다. 7만여개의 위성이 만들어낼 빛 공해는 이런 곳까지도 오염시킬 것이라고 천문학계는 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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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