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민간인 주거지를 상대로 한 첫 군사 도발은 2010년 11월23일 감행한 연평도에 대한 무차별 포격이었다. 연평도 민가에 100여발의 포탄이 떨어졌고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의 목숨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또 10여년 전에도 북한의 도발로 서해 백령도에서 천안함이 침몰됐고 해군 장병 40명이 전사했었다.
끊임없는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이 올해도 새해 벽두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중이다. 모두 동해상을 향해 발사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무력 도발을 하는 것은 2019년 북한과 미국간의 실패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지난 2019년 8월 한달 동안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다섯 차례나 되었다.
그럼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도발'이라는 표현은 금기시 되고 말았다. ‘우려 표명' 정도가 상한선인지 한국정부는 강력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북한의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한국정부는 '깊은 유감'이라는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했다. 북한 도발을 억지해야 한다고 하면 북한이 즉각 비난 담화를 내고 남북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협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무기 개발이 자주권 행사이고, 이를 '도발'로 규정하는 국제사회의 주장은 늘 이중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선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 한 발 한 발 미사일발사 재개로 미국과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보니 한국정부가 지난해 9월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부터 '도발'이라는 표현을 차마 못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하려던 미국의 시도는 다시 한 번 중국과 러시아의 저지로 무산됐다. 워싱턴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을 유엔 제재 대상에 추가하자고 제안했지만 만장일치가 과연 나올까.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양한 결의에 의해 시행중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제재 대상국인 북한과의 무역 및 금융 거래 등의 제한을 받는 이유로 북한은 자연스럽게 고립당하고 있다. 하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북한이 만만해 보이는 노령의 미 대통령 조 바이든을 또 벼랑끝 전술로 끌고 가고 있는 듯싶다.
심지어 한국의 국민의 힘 대선 후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 북한이 한국에 연평도나 천안함 같은 직접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 정계의 주장까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최근 논평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분명히 되어 있다고 하는데, 과연 북한은 핵무기에 대해 논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북한은 한국을 영원한 인질로 삼고 미국을 벼랑끝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닌지…
한국 방위법에는 도발이라는 용어가 국민과 영토, 영해, 영공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도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서 법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제재라는 양국간의 악순환이 재현되는 사이, 어느 순간 북한의 무력은 손을 쓸 수 없을 상황까지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향해 제발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라고 아무리 경고하면 뭐할 것인가.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각자의 길을 가다보면 서로 조만간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게 될 운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다. 올해는 호랑이가 포효하듯 코로나와 북한 문제가 속시원히 종식되기를 기원해본다. 호랑이는 천하를 호령하는 우렁찬 목청으로 나쁜 기운까지 몰아낸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구정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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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