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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사태의 재판(?)

2022-01-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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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푸틴의 공격명령이 떨어질까.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미국시민들에게도 자발적으로 떠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내 생각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것 같다.” 지난 19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러시아군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로 이 발언 나흘 만에 미 국무부는 미국인들의 철수권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3면으로 러시아군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동부 국경지역에는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한 10만 이상의 러시아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벨라루스에도 대규모 병력을 파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흑해에도 전함을 배치, 수륙양용 공격 태세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 지난주에는 이미 사이버공격이 시작됐다. 그러면 공격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된 것인가.

‘푸틴으로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공격을 단행할 때 미국 등 서방세계의 강경한 제재조치로 러시아가 입을 경제적 타격은 아주 심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상대가 못 된다. 그러나 푸틴이 코피를 흘릴 정도의 능력은 갖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생각밖에 러시아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열거한 문제들로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은 푸틴으로서도 정치적 도박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거기다가 미 지상군의 동유럽 재배치 고려 등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의 대응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푸틴을 고민하게 하는 요소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태세다.

우크라이나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또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등 잇달아 연쇄회담이 열리는 등 국제사회는 팽배한 긴장감 속에 꽤 시끄러웠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에는 차가운 느낌을 줄 정도의 평온이 감돌고 있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크림반도와, 돈바스지역 등 러시아와는 8년째 전쟁을 하고 있다. 뭐 새로울 것도 없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내보이고 있는 정서라는 거다.

‘벨라루스를 통해 수도 키예프를 기습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런 소문과 함께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려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평소의 교통량을 보이고 있다. 떼를 지어 피신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푸틴이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 우크라이나는 바로 항복할 것이다.’ 이는 잘 못된 확신으로 저항은 생각 밖으로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면 침공해올 때 50% 이상의 우크라이나 국민은 직접 싸우거나 시민저항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피신할 것이란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러시아군이 침공하면 우크라이나군은 궤멸된다. 병력 수에서도, 화력에서도 러시아군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크라이나는 현대의 민주국가다. 인구는 4,000만이 넘고 러시아와의 오랜 전쟁으로 훈련된 예비군 병력은 90만이 넘는다. 서방의 대대적 지원을 받는 그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은 과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점령 후 맞닥뜨렸던 저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내려지는 결론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침공은 소련제국 몰락을 가져온 아프간사태, 그 재판이 된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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