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루나나:교실 안의 야크’(Lunana:A Yak in the Classroom) ★★★★½ (5개 만점)
▶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미를 가미해…자연적인 연기와 물 흐르듯 하는 연출
펨 잠(왼쪽)이 미소를 지으면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경청하고 있다. 뒤에 야크가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외딴 곳에 있는 산골마을에 부임한 도시 출신의 총각 선생이 자연과 그 안에서 사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인간미에 감화를 받아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큰 가슴을 지닌 매력적이요 긍정적이며 재미있고 또 기분 좋고 정신을 고양시켜주는 부탄영화다. 간단하고 꾸밈없는 내용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미를 담은 촬영 그리고 시골 마을 사람들을 배우로 선택해 표현해낸 자연적인 연기와 물 흐르듯 하는 연출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다. 행복이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오스카 국제극영화상 쇼트리스트 후보에 올랐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20대의 우겐(셰랍 도르지)은 5년간의 국가를 위한 의무 봉사 직으로 교사를 선택, 이제 1년만 더 봉사하면 끝난다. 우겐은 교사노릇이 죽기보다 하기 싫은데 꿈은 호주에 가서 가수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부탄의 젊은이들이 왜 그런 나라를 버리고 외국으로 가려고 하는 가를 묻고 있는데 이 문제를 비롯해 환경변화 등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지만 결코 설교조가 아니다.
우겐이 발령 받은 곳이 히말라야 산 밑에 있는 인구 56명의 세상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마을 루나나. 버스 종점에서 내려 1주일간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걸어가야 하는데 우겐은 자기를 마중하러 나온 마을 사람 미첸(우겜 노르부 렌더프)과 시그네(체링 도르지)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도 힘들다고 계속해 투덜댄다. 이 과정에서 찍은 자연 풍경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도시 선생님을 맞는 촌장 아샤(쿤장 왕디)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우겐을 칙사 대접하듯이 깍듯이 모신다. 그러나 숙소는 척박하고 셀폰 연결도 안 되는데다 전기도 간혹 작동하는 태양열에 의지하는 환경에 아연실색한 우겐은 아샤에게 “나 이런데서 선생 못하겠으니 돌아가겠오”라고 통보한다.
돌아갈 산행 준비를 할 때까지 사흘이 걸리는데 그 동안 우겐은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한다. 그런데 교실엔 칠판도 백묵도 없다. 그러나 학급반장 펨 잠(펨잠)을 비롯해 아이들은 공부한다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아이들의 열성과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인간미 그리고 살아있는 자연에 서서히 빨려 들어간 우겐은 겨울이 와 눈으로 길이 막히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마을에 남기로 결심한다.
우겐은 이어 연료로 쓰는 야크의 똥도 손수 바구니에 담고 아이들과 마을사람들과 깊은 우정을 맺으면서 서서히 내면의 변화를 맞는다. 그리고 언덕에 앉아 자연을 찬미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살돈(켈덴 라모 구룽)으로부터 노래를 배우면서 살돈과 우겐 사이에 아름다운 정이 스며든다. 마침내 겨울이 온다. 제목은 우겐이 쉽게 연료를 모으라고 살돈이 교실 안에 데려다 놓은 야크를 뜻한다.
유머와 함께 지나치지 않은 촉촉한 감상성을 지닌 영화로 우겐 역의 셰랍 도르지를 비롯해 루나나 촌장 역의 쿤자 왕디 그리고 길 안내자 미첸 역의 우겜 노르부 렌더프 및 학급반장 역의 펨 잠 등이 다 비 배우들로 차분하게 잘 한다. 마을 사람들 역은 진짜 마을 사람들이 했는데 아주 자연스럽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펨 잠의 미소와 연기. 빙하도 녹일 따스하고 아름다운 미소다. 파오 초이닝 도르지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 Royal극장(11523 산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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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