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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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기

2022-01-19 (수) 구자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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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신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지난 2년간 전세계인들의 삶 속에 침투해 모두의 마음을 쥐락펴락 흔들어놓은 치명적인 그놈. 연인 사이의 밀고당기기도 과하면 지쳐 떠나간다는데 ‘그놈’은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모르는지 떠날랑 말랑 결코 시원하게 떠나지를 않는다.

자기가 왕이라도 되는줄 아는지 고작 0.1~0.5 마이크로미터 밖에 안되는 하찮은 입자 크기로 끊임없는 변이를 낳아 왕권을 물려주며 이땅을 군림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각종 범죄의 증가, 의료 및 교육 시스템의 붕괴 등 그놈이 스쳐간 모든 곳에는 부정적인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 심리학적 영향이 가해졌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파생된 수많은 문제 중 하나로 ‘코로나 블루’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blue)’가 합쳐져 생겨난 신조어인 ‘코로나 블루’는 기본적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스트레스 및 불안에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외출 자제, 모임 금지, 자가 격리 등으로 인한 변화로 생긴 우울감을 가리킨다.


특히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2022년 새해 코로나 종식을 바라보며 희망으로 가득 차있던 이들이 ‘코로나 블루’ 3년차로 접어들며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 샌드로 갈레아 교수팀은 지난 해 10월 의학저널 ‘랜싯 지역 건강-아메리카’에 발표한 연구에서 미 전역 우울증 유병률이 팬데믹 이전 대비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지난 11일 발표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 12월 조사에서 국민 전체 우울 위험군(총점 27점 중 10점 이상) 비율이 18.9%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2%과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인들의 가정 및 정신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인가정상담소는 현재 상담 직원들이 고객 1명 당 45분씩 일주일에 130명 이상을 상담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상담이 폭증해 대기자 명단에는 70여명이 대기 중인 실정이라고 밝혔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 누구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순 없겠지만, 결코 아무도 가늠하거나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간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다. 나름 인생의 주체로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려 애쓰지만, 전염병, 자연재해, 사고 같은 불가항력 앞에선 모두 순응할 수 밖에 없다. 언젠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때 할 수 있는 것 단 하나를 실천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현 상황에 적용해보자면 할 수 있는 것 단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이다.

뇌과학 분야에서 정신과 전문의 및 아마존 독자들의 여러 추천사를 받은 헬렌 피셔의 책 ‘뇌를 읽다’는 뇌의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운명을 바꾸는 방법을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뇌에는 의식영역과 무의식영역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의식영역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더라도 무의식 영역에서 마음 깊숙히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결국 인지부조화를 유발하게 된다. 인지부조화는 곧 스트레스와 심하면 우울증, 절망감까지 불러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뇌의 의식과 무의식의 격차를 줄이는 연습이다. 근육이 운동이라는 훈련을 통해 생성되듯이, 내면의 긍정적인 자아상을 위해서는 ‘감사요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감사하기’가 곧 뇌의 의식과 무의식간의 간극을 메워 인지부조화를 줄이는 강력한 의식적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늘 그렇듯이 진리는 단순하다. 건강하려면 운동을 해야하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뿐이다. 오늘 하루 나의 삶을 개선하고, 더 행복하게 만들고, 의미있게 만드는 사람과 사건에 집중해 하루에 한번씩 감사한 일을 최소 3~5개씩 적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예를 들어 출근 길 마주친 타인의 미소, 비온 후 느껴지는 따스한 햇빛, 친구와의 즐거운 수다, 맛있는 점심식사 등 사소해보이는 것들로 감사를 써내려갈 수 있다. 실제로 이같은 감사훈련을 3주동안 한 사람들은 개인의 웰빙과 전반적 심리건강이 증진됐고, 이외에도 활력과 운동량 증가, 수면의 질 향상 등을 경험했다. 감사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차고넘치며 정량적 수치로도 행복도를 최대 25%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누군가는 물이 반쯤 차 있는 컵을 보고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감사히 말한다. 같은 것은 보았지만 부정의 안경을 끼고 바라볼지 긍정의 안경을 끼고 바라볼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어두운 선글래스를 벗어던지고 더욱 빛을 좇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해보자.

<구자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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