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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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미래로, 고객 마음으로 순간이동하라

2022-01-13 (목)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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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웅’ 하고 뱃고동을 울리면서 배가 출항한다. 뱃고동 소리는 우리를 늘 설레게 한다. 승객들이 갑판 위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누군가 과자를 손에 든다. 곧바로 갈매기들이 나타난다. 약간의 경계심이 풀리고 나면 갈매기가 손 위로 가까이 다가온다. 옆에 있는 관광객이 ‘찰칵’하고 사진을 찍어준다. 갈매기는 배가 항구를 떠난 지 한참이 되도록 따라온다.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다. 갈매기들은 여느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기 위해서 비행한다. 그런데 한 갈매기는 달랐다. 혼자 높은 상공을 올라간다. 그곳에 먹이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그 한계를 알고 싶은 거다. 그리고는 수직 낙하한다.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해 연습한다. 고공비행과 수직 낙하는 먹이 사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기록 갱신만이 목표다.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너선 리빙스턴 갈매기에 대한 이야기다.

리빙스턴의 이러한 행동은 조직의 대장 갈매기가 보기에는 위험한 것이다. 먹이 사냥에 필요한 만큼 비행하는 것이 갈매기의 본능에 충실한 것이다. 결국 조직에서 추방당한다. 그러나 이 갈매기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도사 갈매기를 찾아간다. 고공비행과 수직 낙하를 완성하고 난 후 목표를 상실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다음 목표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이제 순간이동이다.” “네? 순간이동. 도대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네가 ‘순간 이동’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때 너는 그것을 할 수 있다.” 사실 이 말 한마디가 필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쳤다. 순간이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의 한 양로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부분 거동이 편치 못한 70~80대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하루는 파티를 열기로 한다. 모든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고등학교 교복을 지급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10대와 20대 때 즐겨 듣던 유행가를 틀어준다. 다들 신이 나서 따라 부르고 춤도 춘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휠체어에 의지하던 한 할머니가 엉거주춤한 자세이기는 해도 서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신의 추억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각자 젊었던 시절 사진 한 장씩을 갖고 와서 설명해준다. 노인들 모두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다. 고등학교 교복, 흘러간 유행가, 그리고 젊은 시절 사진이 이 노인들을 자신의 과거로 순간이동시킨 것이다.


학기 말 성적 평가를 마치고 나면 늘 학생들에게 항의가 들어온다. 이번 학기는 좀 유달리 많았다. 평가 방식이 거칠어서 그렇다. 그중 한 학생은 자신과 다른 학생의 성적 차이를 설명해달라고 강하게 호소한다. 결국 과제 하나를 필자가 평가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그 학생은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에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러나 정중하게 사과했고 다행히 잘 받아들여졌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유달리 강력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이 있다. 그 사람 말에 귀를 잘 기울이면 자신의 잘못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고객에게 공감하라. 그것만이 고객의 마음으로 순간 이동하는 유일한 길이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 바크의 말이다. 현재에서 과거로 바로 가는 것도, 고객의 마음속으로 쑥 들어가는 것도 다 순간이동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에서 미래로 순간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높이 나는 사람만이 비전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업종 밖에 있는 사람을 자주 만나라. 전공과 관계없는 책을 많이 읽어라. 인간의 본성을 밝혀주는 인문학 강의에 귀를 기울여라. 순간이동하라.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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