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2022-01-11 (화)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고기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글쎄, 지난해엔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고도 해와 달을 백 번도 쳐다보지 않았지 뭡니까. 수십 광년 달려온 별빛과 눈 마주칠까봐 내 돈 내고 전등을 밝혔지 뭡니까. 새소리 공짜로 듣기 미안해 방음벽 치고 살았지 뭡니까. 꽃과 물고기와 바람과 풀벌레와 마주칠까봐 블라인드 내리고 살았지 뭡니까. 해마다 공짜로 주고 덤으로 주시니, 뭐라도 자력으로 해보려다가 이렇게 되었지 뭡니까. 하늘은 미세먼지로, 바다는 쓰레기로, 땅은 사막으로 만들고 말았지 뭡니까. 새해엔 공짜로 주는 것들을 잘 받아야겠습니다. 덤으로 주는 것들을 잘 누려야겠습니다. 주신 걸로 충분한데 더 잘살려고 노력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분투하기보다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반칠환 [시인]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