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9월 30일.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회의실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1시간40분 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지 위원장이 “서울 52, 나고야 27”로 투표결과를 발표하면서 끝으로 “서울, 코레아”를 외쳤다.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다. 그 순간 전 국민은 하나가 된다. 전 세계인의 대축제. 그 주최국이 된다는 긍지에서다. 88 하계올림픽경기 개최지로 서울이 결정된 날도 그랬다. 이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군사독재국가 이미지를 벗고 대한민국은 제 2의 도약을 이루었다.
올림픽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대한민국의 분명 경우 축복이었다.
그 올림픽이 그렇지만 항상 축제이고 축복인 것만은 아니다. 저주가 되기도 한다.
올림픽 개최국은 박수갈채 속에 돈도 번다는 환상에 곧잘 젖는다. 현실은 그러나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대한 개최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동계올림픽의 경우 그 피해는 더 크기 일쑤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그 대표적 케이스다. 엄청난 빚만 지고 그 후유증으로 인구가 줄면서 나가노는 오히려 급격히 쇠락했다. 500억 달러를 쏟아 부운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은 ‘가장 비싼 올림픽’이자 ‘가장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는 2월 4일부터 열리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시작도 하기 전에 ‘저주’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변이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 상황에서 열리는 베이징 대회는 무관중으로 개최됐던 도쿄 올림픽보다 더 ‘괴이한 환경’에서 치러지게 된다는 것.
‘제로 코로나’라고 하던가. 엄격하다 못해 툭하면 하루아침 수백만 인구 도시를 봉쇄 하는 등 흉물스럽기까지 한 중국의 코로나 19방역 정책 말이다.
그 ‘제로 코로나’정책을 참가선수는 물론 취재기자 등 모두에게 적용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니까 모든 참가자들은 중국 도착 2주 전까지 백신 접종을 마쳐야 21일간 격리를 면제 받는다.
매일 코로나 테스트를 받아야 하고 악수나 포옹 등 신체접촉은 모두 금지된다. 심지어 선수들을 포함해 보도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련자들에게 소형 칩이 들어 있는 반창고를 붙여 일일이 실시간 추적관리하기로 해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가장 큰 악재는 미국이 촉발한 ‘외교적 보이콧’이다. 서방언론들은 올림픽 기간 중 신장지역 위구르인 인종청소 등 중국의 인권탄압사태만 부각시킬 가능성이 커 베이징 당국자들을 노심초사하게 하고 있다.
마음을 졸이기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하다 시피 해 정말이지 끈질기게 추진해온 것이 ‘어게인 2018 평창’쇼였다.
베이징에서 시진핑 축복 하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 화려한 종전선언 평화 쇼를 벌이는 거다. 그것도 대선을 불과 한 달 앞 둔 시점에서. 그러면….
북한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을 공식통보해옴에 따라 그 야무진 꿈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문대통령으로서는 이제 베이징에 가지 않아야 하는 궁색한 핑계를 만들어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에 몰린 것이다.
올림픽은 때로 더 혹독한 저주를 불러오기도 한다. 독제체재가 올림픽을 체제선전에 적극 이용한다. 그런데 이후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다.
나치 독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아리안민족의 우수성 선전 등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10년이 못 가 패망했다. 1980년 소련은 모스크바 올림픽을 공산체제 선전무대로 사용했다. 10여년 후 소련은 붕괴했다. 중국도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