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정치권에서의 찬반이 난무한다. 왜일까,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의 필수의 단계가 종전선언이다. 종전선언 후 어떤 방법에 의한 통일이 되어야하는지 남북한의 중대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겠다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해야할 남북한의 상호 비전이 있어야 한다.
참 쉽지가 않다. 70여년간 쌍방 극과 극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사상적 대립과 편견이 상충하며 난마와 같이 얽혀있는 남북한의 갈등 민심이 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만은 객기를 수반한다고 했다. 객기야말로 무리수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민심은 도도한 바다다. 일엽편주라고 바다 한복판을 일컫는 민심 즉 해심이 노하면 배는 뒤집힌다. 눈앞의 이해와 득실에 따라 쉽게 약속과 원칙을 저버리는 한반도의 공학적 셈법을 오랜 세월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다. 이 모든 것이 한반도 쌍방이 오만과 객기 그리고 내편 네편으로 다툰 좌표가 없는 산물이다. 종전선언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의 정전협정도 평화협정에 속하지만 이 협정은 휴지조각이 된 대표적 사례다.
2016년 11월30일까지 정전협정 위반사례는 43만 건이 넘는다. 1954년 이후 북한은 1,977건의 침투와 국지도발 1,117건 등에 달한다. 이 외에도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무기 보유, 미사일여단 13개로 막강한 힘을 과시한다.
한반도의 힘의 균형이 깨지면 평화공전은 상실한다. 유럽의 경우 1925년 독일과 프랑스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했지만 1936년 독일은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1938년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이 맺었던 뮌헨협정도 6개월 후 독일은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체코를 점령했다.
1973년 남북 베트남과 미국이 파리협정을 체결했으나 2년 후 북베트남은 남베트남을 무력 적화했다. 인류 생존 이래 힘의 균형이 깨지면 한쪽은 멸망한다는 진리는 역사가 증명하듯 지극히 역동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종전선언도 힘의 균형이 유지돼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 동력이 끊어지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 중국 등 당사국들에 신뢰 구축의 담보를 촉구했다.
지난 12월1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석현 수석부의장은 한반도 종전선언에 관한 대토론회에서 미국 하원의원들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우리 동포들의 공공외교 성과라며 이런 공공외교가 함께 하는 토탈 외교라고 했다.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북·미·중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외교시대를 열었고 한국과 중국도 종전선언 없이 1992년 수교를 맺었으나 북한과 미국만이 현재까지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종전선언을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한 배경은 북미수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진척이 없자 북한 입장에서 남북미가 합의해놓고도 이행되지 못한 약속으로 남은 셈이 된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평화선언과 함께 통일의 중요한 이정표다.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고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필연코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진 종전선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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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영 뉴욕평통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