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의 철학경영] 후계자를 잘 뽑아라
2021-12-30 (목)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남자 대학생 3명이 맥줏집에 들어온다. 저쪽에 여학생 3명이 있는 것이 보인다. 젊은 남녀들이 서로 만나면 데이트 외에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면 남학생들이 어떻게 여학생들에게 접근해야 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데 성공할 수 있겠는가. 가장 멋있게 생긴 남학생을 저쪽에 특사로 보내서 외교 협상을 벌인다. 가장 예쁘게 생긴 여학생에게 말을 먼저 건다. 이런 건 하수들이 하는 짓이다. “저쪽에 가서 가장 못생긴 여학생에게 먼저 접근하라. 그리고 예쁘게 생긴 여학생은 애써 무시하라. 그러면 그들은 남학생들과 같이 어울리는 데 별로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은 예쁜 학생은 질투심이 발동해서 미팅 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려 할 것이다. 못생긴 여학생은 환대받는 느낌에 같이 놀기를 원할 것이다. 만약에 못생긴 여학생이 홀대받는다고 느끼면 이 모임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훗날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탄 존 F 내시의 전략적 사고다. 여기서 결정권을 가진 것은 잘생긴 남학생도, 예쁜 여학생도 아니라 못생긴 여학생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안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비토권을 제거하라.
자동차를 사러 대리점에 가보면 영업 사원들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고 노력한다. 부부가 같이 오지 않으면 일단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부가 같이 왔을 경우 누구에게 공들이는 것이 우월한 전략일까. 당연히 부인이다. 부인이 혼자 사는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못 사게 만드는 힘은 얼마든지 갖고 있다. 일급 영업 사원이 부인이 절대 섭섭하게 느끼지 않도록 잘 대접한다. “차를 사면 어떤 용도로 주로 쓸 것인가”라고 꼭 부인에게 물어보는 영업 사원이 일급이다. 값비싼 보석을 사러 갔을 때 부인에게만 공들이는 판매원은 B급이다. 남편의 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멘트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쪼잔한 남자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아, 내가 그것 하나 못 사주겠어. 사!”라고 허락 사인이 나오게 된다. 같이 따라온 들러리가 사실은 실세다. 우군을 확보하라.
대학에서 총장을 선출할 때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교수들이 선출한 3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승인을 올린다. 여러분이 이사라면 그중 누구를 선출하겠는가. 일단 이사들은 교수들로부터 1등으로 올라온 후보는 건너뛴다. 왜? 뽑아줘 봐야 자기가 잘나서 된 줄 알기 때문에 도통 고마워하지를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사회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는 거다. 반면에 꼴찌를 한 후보를 뽑아주면 교수들로부터 미움을 산다. 교수들로부터 제일 인기 없는 총장은 이사회에 가장 고마워할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을 통솔하는 데 애를 많이 먹을 것이다. 2등을 선출하면 교수들에게 적당히 인기도 있고 또 이사회에도 분명 고마워할 것이다. 말 잘 듣는 사람을 뽑아라.
스탈린이 퇴임하면서 흐루쇼프에게 봉투 3개를 준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열어보라고 당부한다. 첫 번째 위기 때 열어보니 “전임자를 비난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따라 하니까 작전이 성공한다. 두 번째는 “언론을 장악하라” 시키는 대로 하니까 다 성공이다. 마지막 봉투에 쓰인 “당신도 봉투 3개를 준비한 후 도망가라”도 역시 명언이다.
이제 대선이 눈앞으로 점점 다가온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누가 후임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인가. 가장 유능한 사람? 가장 무능한 사람? 친구가 많은 사람? 적이 적은 사람? 결코 아니다. 내 말을 가장 잘 듣고 나를 절대 해치지 않을 사람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과연 나라를 가장 잘 이끌어갈 사람인지 아닌지를 모두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 후계자를 잘 뽑아라.
<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