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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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 마음의 평화가 최고

2021-12-2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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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이 해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11월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WHO에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보고된 이래 무서운 속도로 전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급기야 뉴욕 라디오시티홀의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스펙타큘러’ 가 17일 조기폐막 됐다. 브로드웨이 상당수 공연도 막을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빠르게 확산되자 세계각국이 다시 방역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프랑스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금지했고 로마는 신년전야 축제를 취소했으며 덴마크는 전국 봉쇄령을 내렸다.

코로나로 2여년 세계 각국이 고통 받고 있다. 그 전에는 우리 모두, 12월31일 행사를 가족과 친구들과 재밌게, 의미 있게 보내고 희망과 계획으로 신년을 맞았었다. 그런데 많이 모이지 말라니, 행사를 축소하라니, 더욱 만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즈음의 시기를 세계인들은 어떻게 보냈을까가 궁금해진다.


뉴욕 한인들은 12월31일 교회 자정예배를 보면서 새해를 맞거나 1월1일 아침에 가족들이 같이 떡국을 먹으며 무병장수와 복을 빈다. 중국은 팥 넣은 쌀떡을 기름에 튀긴 ‘넨가오’ 전통설떡을 먹으며 좋은 일을 기원한다.

뉴욕에서도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마다 밤새도록 귀가 따갑게 들리는 폭죽 소리는 집안 귀신을 쫒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본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대청소를 한다. 그리고 토시코시소바를 먹는데 이 면발은 유독 잘 끊어진다. 각종 안 좋은 일을 모두 끊고 국수 면발처럼 길고 오래 살라는 뜻이 담겨있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 증가세인 유럽인들도 지난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마음은 똑같다.

프랑스는 12월31일 마지막 날 가족, 친지들과 파티를 하면서 집안의 남은 술을 모조리 마셨다. 술이 남으면 액운이 남는다는 이유였다. 스페인에서는 새해 시작 종소리와 함께 12개월을 뜻하는 포도 12알을 먹으면서 한 알마다 각기 다른 소원을 빌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12월31일 밤 현관문을 열어두고 액운이 도망가기를 빌었고 독일은 ‘마지팬 피그’ 라는 돼지모양의 과자를 먹으면서 신년의 행복을 빌었다. 브라질에서는 자정이 되면 흰옷을 입고 순백의 파티를 열었고 아침 해가 뜨면 그 모습 그대로 바닷가에 가서 꽃을 던지면서 액운을 날리는 풍습이 있다.

미국의 연말연시는 알다시피 12월31일 파티를 하거나 교회에 가고 새해가 시작되면서 미식축구 경기를 보았다. 지금은, 미식축구는 물론 프로농구 등 스포츠 경기가 오미크론변이로 인해 연기되었다.

이렇듯 평범한 일상의 재미가 없어졌지만 더 이상 두려워 말고 기대하지도 말자. 시대의 배경이 아무리 어두워도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말자.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깨달으며 나아갈 힘과 용기를 얻어야 한다.

요즘, 연말 분위기가 최근 읽은 시인 윤석구의 시 ‘늙어가는 길’의 싯귀와 오버랩 된다.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 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곤 합니다.(중략)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겨우 일주일 남은 2021년 12월의 마지막 주 마무리를 한 걸음 한걸음 충실하고 아름답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면 누가 뭐래도 마음의 평화가 최고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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