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새해가 시작 한지 엊그제 같은데, 두텁던 캘린더의 월력이 하나씩 뜯겨 나가더니 이제 마지막 한 장도 며칠이면 수명을 다하는 마지막 잎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 헨리(O, Henry, The Last Leaf, 1905)는 그의 작품 ‘마지막 잎새’에서 절망하던 한 생명을 살리는 글을 썼다.
우리 인간사에 있어서도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애벌레의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비로 변했다는 속담처럼 마지막 남은 한 장의 캘린더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서곡과도 같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세월의 흐름을 흔히들 유수와 같다, 화살과 같다는 등 시인 등의 입술에 오르내리는 단어들이 실감 나게 하는 계절이다. 흔히들 20대는 20마일로, 60대는 60마일로 달려 간다고 한다. 실제로 그럴까? 아님 느낌일까? 19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폴자네(Paul Janet, 1823-1899)의 ‘시간 수축효과(Time-Compression Effect)’의 탓일까!
그는 이 이론에서 1년을 10세 아이는 인생의 10분의 1로, 50세의 사람은 50분의 1로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지각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드라이스마(Douwe. Draaisma)는 이러한 시간의 수축현상을 망원경 효과, 회상효과, 생리시계 효과로 구분하였다.
어찌하랴! 막을 수 없는 세월과 전염병 속에서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네덜란드 철학자, 1632-1677)의 말을 빌리면 당장 이 세상이 끝난다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심겠다고 했는데...
2021년은 미국 내의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바꿔지고, 그칠 줄 모르는 코비드-19은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면서 무슨 그리 미련이 있다고 α, β, γ, δ, 그리고 ο (오미크론)까지 돌연변이를 하고 있다.
이 전염병은 전세계를 죽음의 공포와 정신적 불안이나 우울증 증세의 증가로 잔뜩 움츠리게하며, 이제는 위드 코비드(with covid) 즉, 이 염병과 동숙 해야 한다는 것이 학자와 전문가들의 지론이고 보면 앞으로도 우리들의 삶은 그리 녹녹치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소설가, 시인인 C씨가 이끌어가는 북클럽에서 마스크를 쓰고 많은 양은 아닐지 모르지만, 9월부터 매월 한권 씩 4권의 책을 읽었다. 상당히 수준이 높은 책의 제목은 1)Breaking Night(Liz Murry, 2010), 2)The Other Einstein, Marie Benedict, 2016), 3)When Time Stopped, Ariana Neumann, 2020), 그리고 4)The Lexus and The Olive Tree, Thomas L.Friedman, 2000)들이다.
참가자들은 비록 짧은 4개월 간에 영어로 쓰인 4권의 4색의 특징을 담아냈던 책을 읽고, 작가들의 성향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과 상황, 책의 내용과 우리의 삶과의 의미 등을 담아 열띤 토론을 벌렸다. 그 결과로 상당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었고, 지식의 지평도 넓어진 것같다. 이것이 북클럽에서 독서삼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정이 안 좋았던 그 옛날에도 성인들은 남아수독 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 사내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다독을 권장 했거늘...물론 현대의 독서량과는 다르겠지만...지식의 보고인 동서고금의 명저는 식탁에 오른 어느 메뉴보다 맛있어 보이지 않는가!
필자는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고 하지만 종이책의 독서를 좋아한다.
독서의 효과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로 자신의 세계관을 체계화 시켜 사고의 틀을 넓혀주며 인간관계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빠른 세월과 염병으로 어렵던 상황하에서도 스피노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새해에도 독서에 게으르지 아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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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전 성결대 학장,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