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정치, 경제 등 미국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작년에 이어 올 한 해 연방대법원 관련 5대 키워드를 통해 미국의 2021년을 되돌아본다.
1. 대학 운동선수 처우 개선
필자의 작년 ‘3월의 광란과 아마추어리즘’ 제하 칼럼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풋볼과 농구 등 대학 스포츠는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이권사업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전미대학 체육협회)와 이에 소속된 대학들이 고스란히 다 가져가고 정작 경기장에서 온몸으로 땀 흘린 선수들에겐 아마추어리즘이란 미명하에 한푼도 나눠주지 않았다.
학생 선수들로선 NCAA가 대학 스포츠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개선해볼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대법원은 올해 심리한 NCAA v. 알스턴(Alston) 사건에서 대법관 만장일치로 NCAA가 학생 선수들에게 학비 정도의 장학금만 주고 급여를 받을 수 없게 한 것은 반독점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2. 국익 우선주의
이 이슈도 작년 12월 ‘외국인 불법행위청구법(Alien Tort Statute, ATS)’ 제하 칼럼에서 한번 다뤄본 것이다. 미국인과 관련도 없고 미국의 영토 밖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이 ATS 법에 따라 미국의 재판관할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되자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여년간 ATS의 해석을 축소해 왔다.
지난 6월 결정된 네슬레 대 도(Nestle v. Doe)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미국 국익 우선 결정을 내렸다. 원고측은 자신들이 인신매매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로 끌려가 코코아 농장에서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미국의 거대 식품회사 네슬레와 카길이 농장주와 공모하여 자신들이 경작한 코코아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였으니 착취임금을 보상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미국과의 연관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 학생 표현의 자유
2017년 펜실베니아 마하노이(Mahanoy) 고등학교 바시티 치어리더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한 브랜디 레비(Brandi Levy)는 방과 후 친구와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운 사진을 찍은 후 “f*** school, f*** softball, f*** cheer, f*** everything”이란 글과 함께 소셜미디어 스냅챗에 올렸다.
이 메시지는 24시간 뒤 자동 소멸됐지만, 친구 중 한 명이 스크린샷을 찍어 치어리딩 팀 코치에게 전달해 학교측이 알게 됐고, 브랜디는 결국 주니어 바시티 팀에서조차 1년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브랜디는 학교를 상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 당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은 브랜디의 메시지가 방과 후에 작성되었을 뿐 아니라, 특정인을 지목해 욕하거나 괴롭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가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브랜디의 주장을 받아주었다.
4. 투표권
애리조나주는 선거관리원이나 가족, 간병인 이외의 제3자가 사전투표나 우편 부재자 투표지를 수거하는 것을 중범죄로 간주하고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유색인종 유권자의 투표권을 지키기 위해 애리조나의 이러한 법은 유색인종과 원주민에 대한 투표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투표 사기를 막기 위해 이러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애리조나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투표권법을 약화시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 투표권에 대한 이러한 폭넓은 공격은 슬프게도 처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5. 낙태와 총기문제
최근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과 총기휴대의 필요성을 입증해야만 허가증을 발급해주는 뉴욕주의 ‘총기휴대법’이 수정헌법 제2조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구두변론을 마쳤다.
내년 여름에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 두 사건은 워낙 파급력이 큰 이슈여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
손경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