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노엘, 노엘! 성탄절 노래가 슬프게 들려온다.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노엘이 라틴어 ‘생일’이란 낱말에서 비롯되었음을 모르면서 그냥 크리스마스와 같은 낱말로 알고 노엘을 즐기는 것이다.
인류역사상 12월25일이 생일인 큰 인물이 세 사람 있다. 199년 전 태어나 미국 적십자사를 창설한 여성 클라라 바톤, 378년 전 영국에서 태어난 만유인력의 발견자 아이작 뉴턴, 그리고 2020년 전에 탄생한 예수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예수의 탄생일은 온 세상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축제일로 지키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 위엔 여러가지 장식물들이 번쩍이고 노엘, 징글벨, 루돌프 사슴코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뿐만 아니라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장사꾼들은 물건 팔기에 정신이 없고, 덩달아 술파는 집을 비롯해서 손님 모시는 집들도 예수님 덕을 보려고 안간힘을 쏟곤 하였다.
예수의 탄생과는 무관한 이러한 일들 때문에 고요하고 거룩하게 지켜야하는 성탄일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숨짓는 순진파들도 있었고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랑의 잔치가 되어야한다는 정의파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수백년 동안 이처럼 화려한 축제로 지켜져온 것을!
크리스마스는 왜 이처럼 떠들썩한 축제일이 되었을까? 그리고 12월25일이 정말 예수가 탄생한 날일까? 이 날이 예수 탄생일인가에 대한 역사적 고증은 아직까지 없다. 교회사를 들추어보아도 이 날짜에 대해 논란이 그치질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성 어거스틴은 “그는 3월25일에 잉태되었으며, 12월25일에 태어났다.”고 말했다. 어거스틴의 말은 예수가 수태된 시기에 대한 여러가지 전승들 때문에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의식을 거행하는 날짜에 차이가 나게 된 것임을 보여준다. 아무튼 4세기경엔 이미 크리스마스를 12월25일로 지키는 관습이 서방교회에서 널리 퍼져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12월25일이 전승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이방종교의 축제일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있다. 고대로마에서는 수확의 신 ‘새턴’(Saturn)을 숭배하고 빛의 신 ‘미트라스’(Mithras)를 숭배하였는데 이 신들을 숭배하는 축제 의식이 기독교의 성탄절에 융합된 것이다. 더욱이 북부유럽 사람들은 이 무렵에 추수 축제를 벌이면서 음식을 나눠먹고 선물을 바꾸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곤 하였는데 이러한 것들이 기독교의 성탄축제에 도입된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봐야할 것은 4세기 경 동방의 교회들이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들의 경배 및 세례요한에 의한 예수의 세례를 함께 기념하기 위하여 특별한 예배의식을 만들었는데 처음 이 의식이 1월6일에 행해진 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1월6일과 12월25일로 나뉘어 의식이 행해지게 된 것이다. 오늘은 1월6일을 현현절(Epiphany)로 지킨다.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를 경배하러 간 날이다.
여기서 12월25일을 1월6일과 견주어볼 때 성서적인 바탕이나 계절적인 관점에서 어느 날이 성탄절로서 더 뜻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해본다면 1월6일이 더 뜻깊은 날이 될 수도 있다. 12월25일은 이교도들이 농신축제를 드리던 날이었지만 1월6일은 동방박사들이 아기예수에게 경배했던 성서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2월은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지만 1월은 새해가 시작되는 달이므로 1월6일이 계절적으로 더 신선한 날인 까닭이다. “해피 뉴 이어 앤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새해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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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중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