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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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마다 대통령을 하려는가

2021-12-08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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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에 사는 딸네 집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뉴저지 남동부 대서양 연안의 만토로킹(Mantoloking)이라는 한적한 마을인데 여름철에는 피서객들로 북적인다고 하지만 겨울에는 너무나 평화롭고 청정한 바닷가 다. 어쩌다 육지가 그리워 베이 헤드(Bay Head)까지 들어온 기차를 타고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가는 곳마다 가을이 머물다 간 아름다운 수풀과 강과 호수가 숨바꼭질하듯 전개된다.

코로나로 유폐당했던 생활에서 해방돼 파도소리만 들으며 조용하게 지나고 있던 어느 날 전두환씨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마침 미국에서 살아온 40년을 정리해 책을 출간한 다음이고, 전두환씨는 그 40년의 내 인생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사람이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해서 내몰리듯 미국에 왔으나 이제 와서 사후의 그를 비난하거나 저주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

다만 7년간이나 제왕적인 대통령 권세를 누렸으면서도 퇴임 후 줄곧 전직대통령 호칭도 못 받고 살았으며 죽어서는 묻힐 자리 하나 없이 떠난 그 인생을 보며 대통령 자리가 대저 무엇이길래 그래야 했을까 하는 의문과 안타까움이 앞선다. 잠시 잠깐의 영화 끝에 찾아온 본인과 가족의 비극, 그리고 국민과 국가에 안겨준 엄청난 불행을 생각하면 전두환씨는 결코 그 일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의 거친 목소리가 쉴새 없이 들려온다. 자기의 능력도 모르고 국민의 마음도 모르고 거기에다 역사 인식이나 시대정신하고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어 도대체 무얼 어쩌자는 건지, 의문을 넘어 분노마저 치솟는다. 무식하지 않으면 경망스럽거나 신물이 난 얼굴들, 그래서 표를 가진 청소년에 아부하고 예능 프로 만들 듯 어설픈 인재 영입에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이 그럴 때인가.

과거를 부정하고 반대만 하면 그것이 바로 바른 미래라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들 종합부동산세 내려주는 것이나 가난한 소상공인 보호도 중요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자주외교와 한반도 평화는 어떻게 지켜낼 것이며 코로나19에 이어 오미크론 등 연이어 발생하는 인류의 대재앙과 기후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서 분화구처럼 터지는 국민들의 불평등 철폐 요구에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그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내려오는 것이 본인과 가족은 물론 국가를 돕는 길이다.

한국에 대하여 자조적인 표현을 쓸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경제, 문화, IT 기술은 모두 세계적 수준인데 정치가 후진이다. 정치가 미국의 절반만 따라가면’-하는 비웃음조의 탄식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미국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일부 사대주의 성향의 한국 정치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이 퍼뜨린 편견이다. 부패와 파당과 금권 정치로 얼룩진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미국 정치의 판박이다. 5년 전 정치 문외한인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나 미국 민주주의를 처참하게 파괴시킨 그가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저마다 대통령을 하려는 건가, 한국의 정치인들은 실패한 대통령 전두환씨의 죽음에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남이 죽어야 내가 살고, 남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내가 산다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남을 살리려 하면 자기도 산다. 정치란 그렇게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이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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