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림 첫째주 월요일 오전 11시 미사를 마치고 제의실에서 제의를 벗고 있는데 마리아가 불쑥 들어선다.
마리아는 스리랑카 여자로 성당에 홈리스를 위해 음식도 하고 물품도 공급하고 아주 미사에 열심히 참석하는 신심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 자그마한 보따리를 풀어 놓더니 나보고 블레싱 (축복)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그 보따리 안을 들여다 보고 난 금새 웃음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 안에는 자그마한 부처상과 한 세트인 듯한 반원모양의 연꽃 발판이 있는 게 아닌가? 당황하고 주저하는 나를 보고 마리아는 곧 변명인듯 설득인듯 자기 어머니가 불교신자이어서 자기는 붓다상을 항상 보면서 자랐고 지금도 붓다를 한분의 성인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블레싱을 해달라고 한다.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주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어떡해! 그냥 난 못해! 이건 말도 안돼! 단호하게 등을 돌리는 냉정한 사제? 아니면 종교와 신앙과 영성의 차이에 대해 교리교육? 아니면 나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니 옆에 니콜라스 성당으로 가라고 물귀신 작전?
그것도 아니면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나 다 하느님의 아들이니깐 상관없다는 막가파 리버럴 작전? 마음속에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오간다.
나를 빤히 쳐다보면 기대감에 부픈 마리아의 얼굴에 나도 웃으면서 불레싱을 했다.
천주교 사제가 붓다상에 블레싱을 한 게 이게 유효는 한 건가 혹은 교회법에 걸리나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 뭐라고 하실까.
어쨌든 사제생활 난생 처음 붓다상에 블레싱을 했으니 이를 기록으로 남겨 여러분과 나누려 한다.
마리아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집에 가 예수님 옆에 붓다상을 모시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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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