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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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2021-11-29 (월) 이태상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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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나그네 코스미안으로서 이 지구별에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의 버킷 리스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이다.

‘죽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속어인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으로부터 유래된 말이다. 중세 시대에는 교수형을 집행하거나 자살을 할 때 올가미를 목에 두른 뒤 뒤집어 놓은 물통 양동이(bucket)에 올라간 다음 양동이를 걷어참으로써 목을 맸다. 이로부터 ‘킥 더 버킷’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버킷 리스트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07년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주연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 ‘버킷 리스트’가 상영된 뒤부터다. 죽음을 앞에 둔 영화 속 두 주인공이 한 병실을 쓰게 되면서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병실을 뛰쳐나가 하나씩 실행하는 이야기다.


최근 미국에서 삶을 막 살기 시작할 나이 37세에 폐암으로 사망한 신경외과 전문의 폴 카라니티가 22개월 동안 투병 중에 힘들게 집필한 원고가 그의 사후에 ‘숨이 공기로 변할 때’(When Breath Becomes Air)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구도자의 집념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두 개의 학사와 문학 석사학위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석사를 받은 후 예일 대학을 우등 졸업해 유능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된 2013년 5월 그는 불치의 시한부 암 선고를 받게 된다.

칼라니티 박사의 스토리가 너무도 안타깝고 애처로운 것은 일편단심 신경외과 전문의의 경력을 추구하는 동안 그는 어떻게 삶을 살아야할지 배우는 일을 미루어왔는데,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그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배워야 했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모든 일이 일어난다’의 호스트이자 신간서적 ‘인간됨에 치료는 없다’의 저자로 듀크 대 신학교 부교수인 케이트 보울러가 그녀의 책에서 선별 발췌한 에세이 ‘왜 나는 버킷 리스트를 만들지 않는가’를 읽어보자.

“35세에 나는 완치가 불가능해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4기 대장암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나의 모든 꿈과 야망과 우정과 사소한 다툼과 휴가와 공룡 잠옷 입은 어린 아들과의 취침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한정된 시간을 분과 초, 분초로 따지게 되었다. 하나의 버킷 리스트는 하나의 암담한 질문을 하나의 도전으로 가장한다. 죽기 전에 뭘 하고 싶은가?”

우리 모두, 헨리 데이빗 소로의 말을 빌리자면 “깊이 살고 삶의 골수 진수를 다 빨아 빼먹고 싶어한다.”

<이태상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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