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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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단절

2021-11-20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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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는 마치 하나의 조직처럼 일사분란하게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세상은 부분 부분 폐쇄되고 인류는 새로운 규범과 지침으로 큰 혼돈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에게 있어서 결코 안 될 사회적 단절을 가져오고 있다. 그 결과는 정신적 장애로부터 시작해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랫동안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의 결과 미국의 성인 40%가 불안장애를 보이고 있고, 그 결과가 신체적인 질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타인에 대한 거부감, 공동체 의식이 아닌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깊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는 노인들 가운데 사람을 가까이 하기가 두려워 거의 집안에 머무르며 꼭 할 일만 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바이러스 공포로 정신적 공황과 편집증을 호소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들 대부분은 사람과의 교류 없이 혼자 TV나 컴퓨터에 매달려 소통하고 지내는데 익숙해있다. 정신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고립의 심리적 문제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팬데믹 이후에도 오랫동안 무의식중에 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인 1세대는 힘든 이민의 삶을 교회나 직장에서 사람들과 맺은 유대관계의 힘으로 버텨냈다.

이들을 지켜준 것은 음식물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웃으며 떠들고 하면서 생기는 진정한 소셜 유대감이었다. 요즘은 아이들도 오랫동안 친구들과 잘 접촉하지 못하고 지내니 정신적인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거리두기 6피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온 부득이한 조치였다. 그 것이 이제는 오히려 더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 입장에서 지속적인 거리두기는 사회적인 인간성 결여와 개인주의로 그들의 미래는 불행일 수밖에 없다.

커피숍이나 길거리 등에서 낯선 사람과 접촉하고 대화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역동성을 나타내는 행위들이다. 그러나 6피트 거리두기나 계속적인 마스크 착용은 이러한 기본적인 상호작용을 발생시키기 어렵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돼야 할까.

‘위드 코로나’ 시대로 살자는 결론이 이미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간의 기본인 사회적 교류는 점점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어느새 일상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의 일반화로 사회적 단절 현상은 필연적 현실이다.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는 사람간의 접촉을 한인들이 주로 하는 고개 숙이는 인사법으로 절충하자는 의견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식 악수와 포옹이 더 이상 새로운 현실에 적절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에 취약한 노년층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조건 면역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노인들의 정신적 웰빙은 외면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년층은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친절을 베풀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눔의 정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정신과 전문의 셰팔리 바트라 박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다리를 만들고 사람들과 연결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로마인들은 교량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상징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끊어진 지역을 서로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 융성한 발전을 꾀했다. 지금처럼 거리두기로 단절되기 쉬운 인간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연결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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