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년 11월11일~1881년 2월9일) 탄생 200주년이었다. 그의 소설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악령‘' 등은 여전히 세계적 걸작으로 읽혀진다.
작가는 사라졌지만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드미트리, 이반, 스메르자코프로 표드르는 살아남아 선과 악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탄생 200주년을 맞아 도스토옙스키 국제연극축제, 다큐 방영, 헌정 서적 발간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고 있고 많은 독자를 지닌 한국에서도 여러 출판사에서 시대 변화에 맞춘 재번역본을 내놓는 가하면 오디오북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 최대 대형서점 체인 ‘반스 앤 노블’은 러시아 작가에게 관심이 없다. 북카페 벽의 조지 오웰, 프란츠 카프카, 오스카 와일드, 월트 휘트먼, 찰스 디킨스 등 유명 작가 초상화 아래서 커피를 마시던 일이 어제 일 같은데, 아놀로그 즐거움을 한껏 주던 이 오프라인 서점이 과연 코로나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스토옙스키는 16세때 자애로운 어머니가 사망하며 큰 충격을 받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그를 공병학교에 보내 군사교육을 받게 했다. 당시 소심하고 병약했던 소년에게 문학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제대 후 1846년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젊은 도스토옙스키는 공상적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급진적 정치 모임에 참가하였다가 당국에 체포되었고 니콜라이 1세는 사형을 선고했다. 1849년 12월 러시아 세묘뇨프 광장에 위치한 사형대 위에선 28세의 청년.
집행관이 소리쳤다. “사형 전 5분간을 주겠다.” 청년은 가족과 동료를 위해 기도했다. 집행관은 다시 마지막 1분을 알렸다. “매서운 칼바람도 이제 느낄 수 없겠구나. 모든 것이 아쉽구나.” 집행을 시작한다며 ‘철컥’ 하는 탄환 장전 소리가 들린 순간, “형 집행을 멈추시오.” 소리가 들렸다.
달려온 병사는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전갈을 전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도스토옙스키는 동생에게 편지를 썼다.
“지난 날, 실수와 게으름으로 허송세월 했던 날들을 생각하니 심장이 피를 흘리는 듯하다. 이제 내 인생은 바뀔 것이다,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이후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에서 4년간 수형생활을 하는데 이때 성서에 대한 깊은 독서와 감옥에서 부딪친 죄수들 모습을 보면서 정치적인 사상이 변한다. 급진주의 혁명을 멀리 하고 개인 정신의 자유를 택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글을 쓰게 된다. 어두운 배경에 외톨이 성격의 주인공들이 삶과 죽음, 신앙과 불신, 선과 악의 대비를 보여주며 교회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유형지에서 동료 정치범들은 폐인처럼 되었지만 그는 결국 살아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작가는 살면서 ‘생의 마지막 5분’을 잊지 않았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극한의 순간, 마지막 5분 동안 1분1초가 너무 소중했다. 만약 살게 된다면 매순간, 결코 헛되이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것.
‘나는 결국 참아냈다. 나는 기다렸다. 나는 하루, 하루를 세어나갔다, 1,000일이나 남아있었음에도 자신을 위로하면서 하루씩 세어나갔다. 하루를 묻어버리면서 다음날이 오면 이제는 1,000일이 아니라 999일이 남았다고 기뻐했다.“
2년여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들 지치고 피곤할 것이다. 백신을 맞았어도 돌파감염은 수그러들지 않으니 여전히 대중 앞에서는 써야 하는 마스크가 지겨울 것이다. 하지만 끝이 멀지않았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를 묻어버리면서 1년 365일 중 364일이 남았다고 견뎌온 당신,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내일을 준비하자, 결국 끈질긴 인내심이 알찬 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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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