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오징어 게임’vs.‘오징어 도박’

2021-11-12 (금) 레베카 김 뉴저지
크게 작게
‘게임’과 ‘도박’은 함께 사용될 수 없는, 즐거움과 파괴를 내포하고 있는 서로 다른 두 단어다.

‘도박’하면 라스베가스, 홈리스, 알코올 중독, 범죄가 함께 그려진다. 이들은 육체적으로 죽진 않는다. 다만 도박으로 인하여 갖고 있는 돈을 잃게 되고 사회에서 고립된다. 개인적으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자, 공동체에서 가정을 깨는 자가 되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리, ‘한탕’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상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게임’하면 어린이같이 천진하고 순진해 보이는, 가족 친지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하기위해 웃음과 화해가 함께하는 다양한 놀이를 떠오르게 한다. 게임의 정의에 대하여 위키백과는 ‘… 즐기는 놀이’, 나무위키는 ‘놀이문화의 일종으로서 스트레스 해소 수단’, 레지 피서메이 닌텐도 아메리카 사장은 ‘게임은 즐거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요즈음 넷플릭스에서 하늘로 뜨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있다. 필자는 ‘오징어 게임’은 아니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삔 치기’등에 대한 동심의 추억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월3일자에 한국이 만들어낸 K팝스타 ‘BTS’와 ‘블랙 핑크’, 영화와 드라마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한국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기사화했다. 사람들이 보고 듣기를 원하는 이야기를 충족시켜주었고, 소득 불평등과 계급 갈등에 기반한 내용으로 한국만의 감성을 더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재미교포로서 문화콘텐츠의 강국이라는 표현, 자랑스럽다.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폭력적이고, 살인적이고,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장기적출… 이렇게 잔인한 플롯이 ‘오징어 게임’에 들어갔어야 했는가? 의문을 제시해본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은 빚에 쫓기며 삶의 벼랑 끝에 서있는, 공동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게임’이라는 순한 단어가 접근한다. 단 한 명에게 부여되는 상금 456억, 456명이 참가한다.

‘오징어 게임’은 게임이 아니고 도박이다. 목숨을 내건 도박. 게임이 도박으로 둔갑하여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오징어 게임’이 ‘오징어 도박’으로 둔갑한다. 표면상으로 ‘오징어 도박’이라 했다면 상업적으로 흥행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이라는 그 단어에 쉽게 걸려든다. ‘도박’이라는 말 대신 ‘게임’이라는 친숙한 말에 사회에서 생각하는 그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기에, 그래도 쉽게 그 게임에 목숨을 담보로 내논다.

문제는 한사람이 이기기 위해 그 ‘한탕’을 갖기 위해 몇백 명이 죽어야하는, 컴퓨터에서 하는 게임이 아닌, 라스베가스에서 돈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 사람의 목숨이 날아가는 ‘살인 도박’이다. 어떤 이는 말하길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빚에 찌들려 죽기는 마찬가지, 누가 아느냐 내가 그 ‘한탕’을 할 수 있을지? 모두가 똑같은 생각으로 살고 죽는 게임에 참가한다. 이건 틀림없는 ‘게임’이 아니고 ‘도박’이다.

문화콘텐츠의 강국 대한민국, 살인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에서 비윤리적이고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들을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제작할 수는 없겠는가?

<레베카 김 뉴저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