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빈즈’(Beans) ★★★★ (5개 만점)
▶ 신성한 조상 땅에 골프장 만드는 것에 항거, 원주민들의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
빈즈가 모호크 원주민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장 봉기하는 현장에 서있다.
1990년 캐나다 퀘벡주의 모호크 원주민 거주지역 오카에서 일어난 78일간의 주민 봉기를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불쑥 성장기를 맞는 12세난 소녀의 삶의 한 과정을 다룬 인간적이요 사실적이며 감동적인 드라마다. 오카 위기라 불리는 이 주민봉기는 모호크 원주민이 신성시하는 조상의 땅에 백인들이 골프코스를 만들려는 것에 항거해 일어난 봉기다. 영화를 감독한 트레이시 디어도 모호크 원주민으로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봉기의 실상을 찍은 기록필름과 뉴스필름을 영화 속에 섞어 다분히 기록영화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별명이 빈즈인 소녀의 이름은 테카헨타크와(키아웬티오가 감수성 예민한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봉기에 참석한 아버지와 만삭의 어머니 릴리(레이보우 딕커슨)의 사랑을 받으면서 여동생 루비와 함께 부러울 것도 모자람도 없이 행복하게 살던 빈즈가 주민 봉기를 통해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들의 본격적인 인종차별과 이로 인한 문화적 갈등 그리고 동심의 순수를 잃어버리는 성장통의 내력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다루고 있다.
원주민들이 골프코스 건설에 반대, 주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총을 들고 저항하자 이에 경찰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양측 간에 긴장이 고조된다. 총격전이 일어나고 희생자가 생기면서 정부는 탱크를 동원한 방위군을 파견, 전쟁의 기운마저 감돈다. 이로 인해 백인들의 원주민에 대한 반감도 고조되면서 원주민들은 인근 도시의 식품점에서도 쫓겨난다. 이런 증오는 폭력적인 것으로 변해 백인들은 릴리가 빈즈와 루비를 태우고 가는 차에 돌을 던지기까지 한다.
생전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체험한 빈즈는 바리케이드 현장을 직접 찾아가 저항에 동참한ㄷ아. 그리고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면서 백인들과 성인들의 기성체제에 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빈즈를 굳세게 붙잡아주는 것이 릴리. 릴리는 겉으로는 조용하나 강렬한 내적 힘을 지닌 사람으로 소리 내지 않고 가정을 이끌어가는 집안의 기둥이다.
그러나 10대란 반항적이기 마련이어서 빈즈도 자기보다 연상인 에이프릴(폴리나 알렉시스)과 친구가 되면서 삐딱하게 나가려고 작심한다. 에이프릴과 그의 남동생 행크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지닌 아이들. 빈즈는 이런 에이프릴로부터 싸우는 방법과 욕을 배우면서 에이프릴을 닮으려고 한다. 그리고 입학이 허락된 백인위주의 사립여고에 가는 것마저 회의하게 된다. 이와 함께 빈즈는 행크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착한 아이의 이미지와 가정의 보호막을 떨쳐버리려고 하는 빈즈의 이런 탈선은 얼마가지 못한다. 그리고 빈즈는 이로 인해 떳떳이 성장기의 문턱에 올라선다.
차별과 증오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찾는 힘찬 영화로 눈부신 것은 키아웬티오의 표현력 다양한 연기. 소녀가 느끼는 희로애락과 심리변화의 모습을 티 내지 않고 다변하게 보여준다. 릴리 역의 딕커슨의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연기도 영화를 굳게 받쳐주고 있다. 라스트신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