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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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의 평화전략을 듣고 싶다

2021-11-10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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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 힘도 출전후보를 최종 결정함으로써 한국의 대선 정국은 이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선거 4개월을 앞두고 있으면서 상대방의 약점과 허점을 파고드는 것 외에 정당 간 뚜렷한 정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수도 없이 들어 본 부동산 정책과 청년 일자리문제, 코로나 이후 소상공인 생계대책을 빼고는 새로운 것도, 다른 것도 없다.

코로나가 가져온 고달픈 일상에 파묻혀 국민들은 국가의 거시적인 목표 같은 것에는 마음 둘 겨를이 없다 하더라도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달라야 한다. 표를 의식해서 네거티브 전만 벌이는 품격 없는 선거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지도자답게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의 공동관심사나 민족의 장래 등 미래 지향적이며 고품격의 담론을 쟁점화 시킬 때가 되었다.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래 북한도 신중하기는 하나 빠르게 반응했고 미국도 아직 구체적 행동은 없지만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때를 놓치지 않고 국내 보수층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일본등과도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금 한국이 추진하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을 위한 입구이기 때문에 전쟁 당사자 간 법적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적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필요 없다고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각에서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선언하지 않고는 종전선언의 의미는 없다며 오히려 이를 과대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도 미국도 다 틀렸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마쳐야 된다는 그 자체로서의 당위성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전제조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종전선언을 시발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낮추며 제재 완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로 가자는데 동의 안 할 이유가 없다. 한국은 종전선언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일에 속도를 내야한다.

북한이 기왕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바꿨다면 한국의 대선 정국에 구애받지 말고 하루속히 진지한 자세로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에서 보였던 불성실한 자세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협력과 대화를 지지하면서도 대북제제의 이행을 강조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미국이 종전선언을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재차 방북을 권유하며 G-20정상들과 종전선언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돌아왔다. 대선 후보들도 통일, 안보 이야기만 나오면 ‘굳건한 한미동맹’이나 ‘한국도 핵보유 운운’만을 되풀이하던 초등학생 수준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단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민족의 힘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마치며 동아시아에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는 가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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