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한 마리가 있었다. 사마귀는 자신의 두 앞발을 꼿꼿이 들고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먹잇감에 집중하고 있다. 사마귀 뒤에 보니까 참새가 노려보고 있다. 참새 뒤에 사냥꾼이 활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사냥꾼 뒤에는 과수원 주인이 “이놈, 우리 집 사과 하나만 떨어뜨려 봐라. 몽둥이찜질 맛 좀 볼 것이다”라며 벼르고 있다. 2,500년 전 중국의 철학자 장자가 말한 사마귀 우화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우화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물어보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답이 있다. “약육강식, 먹이사슬.”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장자가 이 우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이것이다. “자기 먹을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인간은 한 방에 훅 간다.”
구성원 모두가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에만 눈먼 조직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나갈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질 때, 그때가 문제다. 배가 침몰할 것 같으면 서로 먼저 배에서 탈출하려고 구명정 앞에서 아귀다툼을 벌인다.
마찬가지로 범죄를 공모한 인간들도 검사 앞에서 서로 상대방의 범행을 털어놓는 경우가 흔하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누구든지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기는 싫다. 그러나 상대방의 범죄는 죄다 실토한다. 서로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나 각자 자기 잘못을 말하는 것이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모든 잘못이 다 털려 나온다.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다. 왜 사람들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까. 자기 이익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기 때문이다. 사마귀는 매미 잡아먹느라고 참새가 뒤에서 자기를 노리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른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자신을 멸망으로 이끈다는 것을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
현명한 리더는 뒤를 돌아볼 줄 안다. 자신이 추진하는 일에 푹 빠져있다 보면 이익만 눈에 보이고 불이익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구성원 모두가 ‘내 먹거리가 어디에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 리더마저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조직은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간다. 리더는 대신 ‘어디에서부터 우리 조직에 불이익이 닥칠까’ ‘무엇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경쟁자가 파산하면 대부분은 표정 관리하기에 바쁘다. ‘이제 경쟁자가 하나 없어졌으니 나한테 돌아올 반사이익이 얼마나 될까’라고 흐뭇해한다. 이런 리더는 ‘B급’이다. ‘A급’ 리더는 대신 ‘혹시 이것이 우리 업계 전체에 닥칠 불운한 신호는 아닌가’ ‘다음에는 혹시 내가’라고 고민한다. A급 리더는 그날로 당장 왜 경쟁 회사가 망하게 됐는가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킨다. 아예 그 회사 사장을 불러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이것이 불이익에 대비하는 자세다.
“교수님, 경쟁 회사가 갑자기 몸집을 불리고 미디어에 광고를 공격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연 때 들어온 질문이다. “그거야 간단하죠. 우리도 준비해둔 탄환을 이때 집중적으로 써서 맞불 작전을 놓아야 하겠죠.” 그게 바로 B급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혹시 경쟁사가 우리 직원들을 빼내려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야 한다. 집안 단속이 먼저다. 경쟁사가 우리 조직의 허접한 직원을 스카우트하려고 하겠는가. 평소에 A급 직원들을 우대해야 이런 때 충성심이 발동하는 법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여러 가지 기술 스펙을 홍보한다. 틀림없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지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노련한 벤처캐피털 사장이 제일 마지막에 한 질문은 “다 좋은데 그 물건 어떻게 팔 건가요”다. 다 팔리지 않으면 그만일 테지만 다시 “그래서 언제 망할 건데요”라고 묻는다. 이 말에 스타트업 대표가 대답하지 못하면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단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으니까. 불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