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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래스고는 잘하고 있는가

2021-11-03 (수)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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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우리의 무덤을 파고 있다. 이제 더는 안 된다.”(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사무총장)

“인류는 오래전에 남은 시간을 다 썼다. 지구 종말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지금은 정치를 뛰어넘어 행동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서.”(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 지구는 ‘코드레드’ 상황이다.”(그레타 툰베리 환경운동가)

지금 영국의 글래스고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다. 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전 세계 정상들과 기업인 언론인 환경운동가 등 3만명이 참석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협상과 협약을 이어가는 회의다. COP당사국은 197개국이며 130여명의 정상이 여기 참석했는데 탄소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중국, 러시아, 터키, 브라질, 남아공화국의 정상들은 빠졌다. ‘지은 죄’를 알고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려는 뻔뻔한 발뺌이다.

유엔 기후총회에 올해처럼 큰 관심이 쏟아진 적은 없었다. 1995년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작년에 팬데믹으로 건너뛴 것 외에는) 26년 동안 매해 개최됐지만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3차 COP와 ‘파리기후협약’이 결의된 21차 COP 외에는 대체로 지지부진, 흐지부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전 지구적 기후재앙을 목도한 결과다. 지역을 가리지 않는 홍수, 가뭄, 폭염, 태풍, 산불이 이어지자 공동의 위기의식이 커진 것이다.

COP의 일관되게 가장 큰 목표는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2.7℉)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기준은 산업혁명 이전이고, 지금현재는 그때보다 1.2도 상승한 상태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줄여야하는데, 현재의 추세론 오히려 16.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많은 기후과학자들은 COP26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더라도 2050년까지 1.5도 목표는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한다.

지금 글래스고에 모여든 기후운동단체들도 COP26 회의에 큰 기대와 희망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계 지도자들의 무책임과 실패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집결한 것이다. 행사장 밖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들은 이제 기후위기의 해결을 각국 정부에 맡기지 말고 세계시민들이 나서자며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미래세대의 상징이자 기후운동의 아이콘이 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있다.

툰베리는 15세 때인 2018년8월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 1인 시위를 시작한 소녀다. 이후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는 정치인들에게 항의하는 그의 ‘기후파업’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 시작했고, 석달 후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청소년과 환경단체들이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해 COP24에 초청돼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제가 왜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한마디로 유명해진 툰베리는 최연소 환경운동가로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심플한 영어로 단호하고 퉁명스럽게 질타하는 툰베리의 어록을 제발 정치인들이 귀 기울여 듣기를 바란다.


“여러분, 제가 매일 느끼는 공포를 느껴주세요. 그리고 행동해주세요. 위기를 당한 것처럼,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해주세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량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여러분이 말하는 것은 오직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 이야기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어요?”

“우리 젊은이들은 여러분의 배신을 알기 시작했어요.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여러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가들에게 과학에 귀를 기울이고 더 늦기 전에 행동하라고 촉구합니다.”

“기후위기는 오늘의 정치 경제 시스템 안에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건 의견이 아니라 팩트예요. 진실은 불편하고, 인기없고, 이득도 없지요. 모두가 벌거숭이 임금님이에요. 전체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누디스트들의 파티입니다.”

이번 기후총회에서 아직은 이렇다 할 규제협약이 도출되지 않았다. ‘1.5도 상승억제’라는 총론은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각론은 없는 상태다. 2일 미국이 대폭적인 메탄배출감축 계획을 발표했고, 100여개국이 산림파괴를 멈추는 ‘산림·토지이용선언’에 합의했지만, 이 정도로는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따라잡기조차 어렵다. 12일까지 계속되는 COP26에서 보다 획기적인 조치들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한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이제 기후문제가 전 지구적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크나큰 진전이다. 문제의식이 생기면 행동이 따르게 마련이니까.

우리는 모두 ‘지구호’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 아무도 배 밖으로 뛰쳐나갈 수 없고, 혼자서만 생존할 수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푸른 행성 지구를 아끼고 치유하고 보존해야한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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