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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 ‘서로마는 왜 멸망했는가’

2021-11-01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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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그의 두 아들, 아르카디우스와 호노리우스에게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내리고 각각 콘스탄티노플과 로마의 통치를 맡겼다. 로마제국이 두 지역으로 분할되자 로마 제국의 위상과 지배력은 급속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평소에 서로마 북방 국경에서 호시탐탐 로마침공을 노리던 야만족 서고트족(Visigoths)에게는 절호의 침략 기회였다. 이때 서로마의 황제 호노리우스(Honorius)는 한적한 농촌에 머물면서 유유자적한 생활에 빠져있었다.

로마 군병은 군기가 이완되어 훈련을 하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싸우기 보다는 겁에 질려 피신하기에 급급했다. 용맹스러운 서고트족의 왕 알라리크(Alarik)은 로마 군단과 싸움다운 싸움한 번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410년 8월 24일 전격 로마를 접수했다. (프리츠 하이켈하임의 ‘하이켈하임 로마사’ 중에서)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집권 초기의 업적은 탁월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초기 업적에 자만하여 긴장의 끈을 놓고 로마를 떠나 농촌에 우거하면서 유유자적하며 살았다. 이 빈 틈을 로마 북방 국경에서 굴기하던 신흥 야만 세력 서고트족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격한 호전성을 그대로 표출하며 역린을 일으키는 격랑처럼 거세게 일어나 서로마 제국에게 덤볐다.

성취감에 도취 되었던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휘하의 군대를 성실하게 훈련시키지 않았다. 황제의 위를 이어받은 두 아들 아르카디우스와 호노리우스는 사치와 무기력함, 미래를 대비할 줄 모르는 나태에 깊이 빠져있어서 제국의 비극적 종말을 재촉했다.

서코트족의 발군의 지도자 알라리크는 다행히 기독교 신자였다 그는 냉혹하고 맹렬한 전사였지만 정복당한 상대방에게 온유했다. 서로마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그는 약탈, 방화, 파괴, 노예화를 철저히 금했다. 서로마가 야만족 서코트족에게 공격받게 된 이유가 서로마의 기독교를 혐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개연성이 약하다.

395년 1월에 전설적인 서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는 죽었다. 그 소식을 듣자말자 서고트족의 지도자 알라리크는 촉각을 다투어 서로마제국을 침공했다. 서고트족이 서로마 제국에게 지불해야 할 보조금 삭감을 거부당했다는 것이 침공이유였다.

서로마의 쇠락과 멸망은 탐욕을 절제하지 못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복한 영토가 넓어질수록 그 영토를 통치해야할 더 많은 물자와 군사력이 필요하고 더 많은 노예가 필요하다. 서로마는 탐욕을 절제하지 못해서 망했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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