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총격과 살인의 ‘퍼펙트 스톰’

2021-10-29 (금)
크게 작게
올해는 미국 내 총격과 살인사건이 기록적인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총격사건으로 숨진 사람이 올 들어 하루 평균 54명이라는 총기폭력아카이브(GVA)의 통계가 나왔다. 수십 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총기폭력의 해로 기록됐던 2020년보다 올해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최근 LA경찰국은 10월 기준 LA에서 총격을 당한 사람 수가 지난해 대비 22%, 2019년 대비 48%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FBI의 범죄 분석에 따르면 총격과 살인사건은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모든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최소 20% 이상 증가했다.

단순 총격뿐 아니라 총기난사도 지난 1년 동안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만 40개주에서 339건의 총기난사가 발생, 무려 1,8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는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어느 해와 비교해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연말까지 이 추세라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러 정황과 조건을 따져보면 사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상 유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불안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했다. 그 와중에 터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은 인종갈등의 뇌관을 건드려 BLM 운동이 터져 나왔고,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총기폭력이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인은 역대 최대 수준인 2,300만정의 총기를 구매했으며, 840만명이 생애 처음 총을 구매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런 한편 팬데믹 기간에 미국에서 억대부자의 숫자는 더 늘어났고, 주식시장에서 억만장자 745명의 재산이 70%나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퍼펙트 스톰’은 작은 원인들 여러 개가 모여 큰 위기를 몰고 오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총격사건이 급증한 것을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고 있다. 팬데믹의 불안과 고립,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심화, 인종갈등, 총기소유 급증, 공권력과 지역사회의 적대적 관계 등이 맞물려 거대한 총격살인의 폭풍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폭풍은 많은 피해를 남기지만 결국 지나가고 만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사람들의 심리적, 정서적, 경제적 불안이 완화되고,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경제 및 정치적 구조적인 문제들도 차츰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