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접전을 펼치고 있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냉정과 열정’을 당부하고 있다. 민주당 테리 맥컬리프 후보는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내가 지면 트럼프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지원 유세에 나선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정치에 대한 실망이나 피로감을 이유로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공화당 글렌 영킨 후보는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으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버지니아가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면서 “위기에 직면한 버지니아를 구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패배에 지친 공화당 유권자들의 열정을 자극했다. 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화당의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신인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선거자금을 모았으며 별다른 동원 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유세현장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이번엔 바꿀 수 있다”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공화당 투표율이 민주당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권자 표심이 50대50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보다 높은 투표율이 승리의 관건이 되지만 아직도 여전히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도 후보 이름 없이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I Will Vote)을 전개하고 있다. 결국 어느 쪽이 더 많이 투표소에 나오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는 상황에서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그간 투표율이 저조했던 소수계 유권자의 참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막판 추격전에 당황한 민주당은 가장 인기 있는 2명의 정치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유세에 참여시키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원유세에 나서 내년 중간선거의 승기를 잡기 위한 버지니아 사수를 다짐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주지사 선거는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주하원은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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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맥클리프 <민주>
“최저임금 15불·백신접종 의무화”
테리 맥컬리프(Terry McAuliffe, 64) 후보는 72대 버지니아 주지사(2014~2018년)를 역임했다. 버지니아에서 주지사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재선 출마는 가능하다. 지금까지 재선에 성공한 주지사는 1966년과 1974년에 당선된 밀스 고드윈 주지사가 유일하며 이번 선거에서 맥컬리프 후보가 승리하게 되면 역사상 두 번째 재임 주지사가 된다.
▲화려한 경력의 강력한 리더십
맥컬리프 후보는 23살 나이에 처음으로 지미 카터 대선 캠페인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에는 빌 클린턴 대선 캠페인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을 거쳐 지난 2008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캠페인의 위원장을 역임했다.
화려한 경력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맥컬리프 후보는 “버지니아를 블루 스테이트(민주당)로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주지사를 역임하며 20만개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업률도 낮추고 주민들의 소득도 13% 증가했다”며 “특히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의 견제 속에서도 10억 달러의 기록적인 교육투자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프리스쿨이 확대됐으며 아내 도로시와 함께 배고픈 아이가 없도록 매년 1,300만명분의 음식을 제공하게 된 것 등도 가장 보람된 일로 평가했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정치 거물로
뉴욕 중산층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맥컬리프 후보는 어려서부터 남다른 사업수원을 보여주었다. 이미 14살 때 동네에서 드라이브 웨이를 포장해주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후 수십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백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가톨릭대학, 조지타운법대를 졸업한 그는 은행, 부동산 개발, 주택건설, 벤처캐피탈(VC) 등 금융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정계에 진출해서도 주로 선거자금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으며 빌 클린턴 대선 캠프에서는 2억 달러가 넘는 모금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약
이번 선거의 주요쟁점은 코로나19 백신접종에 대한 입장이다. 맥컬리프 후보는 백신접종 의무화를 주장하며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교사가 있다면 나이가 어려서 백신을 맞지 못하는 학생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겠느냐”면서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주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유급휴가 보장을 비롯해 프리스쿨, 건강보험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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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영킨 <공화>
“그로서리 세금 폐지 등 감세 추진”
글렌 영킨(Glenn Youngkin, 54) 후보는 리치몬드에서 태어나 버지니아 비치에서 자란 버지니아 토박이다. 식당에서 접시를 닦던 아버지가 실직하자 어린 나이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했으며 큰 키에 농구를 좋아했던 그는 체육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라이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으며 하버드에서 MBA를 받았다.
▲능력이 검증된 후보
영킨 후보는 북버지니아에 정착해 25년간 칼라일 그룹을 이끌며 세계적인 투자회사로 성장시켰다. 성공한 사업가, 국제적인 기업을 이끌었던 경험 등 검증된 능력을 바탕으로 버지니아 주지사에 도전한 영킨 후보는 “이제는 지역사회 부름에 답하기로 했다”며 “정치적 갈등이 아닌 모두가 바라는 버지니아의 재건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참신한 리더
그는 “버지니아는 지금 시험받고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직장도 잃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위기상황에서는 기존의 실패한 정치인이 아닌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이해, 잘못된 정책을 인정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킨 후보는 아내 수잔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영리 단체(VA Ready Initiative)를 설립했다. 실직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취업을 주선하는 등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 지금까지 2천여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영킨 후보는 “위기가 닥쳐도 다시 시작할 있는 기회가 있다면 희망을 잃지 않는다”며 “더 이상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주지사, 참신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약
최근 라우든 카운티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민주당 진영에 악재가 됐다. 영킨 후보는 “민주당 정부와 주 법무장관은 학생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하는 것처럼 민주당은 주민들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요공약으로는 그로서리 세금 폐지를 비롯해 대대적인 감세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임기 내 40만 개 일자리 창출,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경찰배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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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