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허허로움이 담긴 10월이어도 ‘10이라는 꽉찬 숫자만’으로 그냥 풍성하다. 예사로운 감성도 무진장 깊어진다. 그래서 시리게 빛나는 밤하늘 별빛을 오래 지켜보게 된다. 그러는 동안 떠오르는 얼굴들. 무엇 하느라 잊고 지냈는지. 늘 지금 여기에 깨어있으라 하면서 그렇지 못한 것 알겠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등 토닥여주고 이끌어준 인연들. 하 긴세월 속 마음에 새겨진 모습들. 고맙고 은혜로운 이들의 흔적이 수놓아진 조각보에 작은 제 마음이 담겨있다.
아스라한 별빛이 뿌옇게 흐려진다. 미소와 함께 볼을 타고 눈물이 마중 나온다. 그렇게 안부 물어선 안되겠지만 오래 갇혔던 소망 씻겨내어 맑음으로 서있기 위함인 것 같다.
정치뉴스에 휩쓸리지 않겠다 다짐했는데도 나도 몰래 곁눈질하다 제시간 통채로 몰아넣고 자책했다. 모든 것 내려놓고 무심해보자. 단풍들고 낙엽 지는 가을나무만큼.
아무 일없이, 조용하게, 행복하게 쓰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그런 글이 있기나 할까? 매순간 변하고 날마다 다름으로 찾아오는 모든 것들에 관심 쏟는 일이 깨어있기다.
좋은 것들로 가득한 풍성한 가을이다. 일요법회 후에 먹는 점심공양. 정성 깃든 절 음식은 그대로 보약이다.‘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치료하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기 위해 이 공양을 받습니다' 라는 공양게송은 날이 갈수록 그 의미가 신선하고 무겁게 다가온다.
작은 일에도 고마움이 절절하다. 삶의 곳곳에 도사린 갈등구조가 결국은 자신 단련하기 위한 것들이라니 순간순간이 경이롭다.
나는 날마다 아니, 매순간 마음에 무지개가 뜬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가슴이 훈훈했다. 그리고 혼자 웃는다. 그런 상상 하는 내가 우습다.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답해주면서. 그렇게 떴다 사라지는 수증기와 햇살의 인연 무지개다.
‘잠깐 기다리라’며 정원에 핀 국화 한아름을 꺾어 안겨주시는 스님의 순수함이 무지개가 아니고 무엇일까? 잠깐 밖에 나와보라며 탐스런 가을 국화분을 현관에 놓고 사라지는 분의 마음 또한 무지개다.
10월. 많은 것을 안겨주고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사람 하는 일 위대하고 대단하지만 억지로 하면 허사다.
구만리 멀고먼 푸른하늘에 구름일고 비가 내리듯(萬里淸天雲起雨來) 사람 없는 빈산에도 물은 흐르고 꽃은 핀다네.(空山無人水流花開)
인간의 역할이 없어도 자연의 섭리는 물 흐르듯 때를 좇아 꽃을 피운다는 황정견의 한시- 가슴에 무지개 뜬다. 나의 존재가 진정 자연의 일부이고 싶다. 황홀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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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