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글날을 지나면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치맥’, ‘대박’, ‘스킨십’ 등 26개의 한글 단어들이 대거 등재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만큼 한국어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계적 유행어로 인식될 만큼 폭넓게 사용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9년 통계로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사용하는 인구수가 7,900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최근의 트렌드를 생각하면 머지않아 1억 명의 인구들이 한국어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창제 시기, 창제자, 창제 목적이 명시된 유일한 언어 한글, 특히 집현전 부제학이었던 최만리의 반대로 인해 비밀리에 세종대왕 단독으로 발명하신 훈민정음은 백성을 사랑하는 성군의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한글 자체의 기능적인 체계성과 우월함에 감탄한 스타트렉(Star Trek)의 작가인 조 메노스키(Joe Menosky)는 무엇보다 천재적인 세종대왕의 백성에 대한 사랑에 감동하여 ‘King Sejong the Great’이라는 역사 판타지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미 현대언어협회(The Modern language Association of America)는 100여 개 나라 2만5,000여 명의 언어학자들의 언어 및 문학 교육활동을 장려하는 단체로, 5년마다 행해지는 설문조사를 통해 2019년 외국어 수강신청(2013년~2016년) 최종보고서를 내놓았다. 그 결과 한국어는 5만3,000% 이상 증가했지만, 이 기간 동안 미국 내 650여 개의 외국어 프로그램은 중단된 상황이었다.
한국어 수요의 급성장은 최근 한류와 관련 있지만, 한글 자모의 체계적이고 철학적인 조합 원리도 한국어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덕치를 펼친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이 아니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글과 같은 언어체계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농업, 과학, 음악 등 다방면의 재능 및 정책으로 혁혁한 업적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에서도 노비들에게 출산 전후 휴가를 주거나 장애인을 관직에 등용하고 장애인 가족의 부역을 면제했고 가난한 백성에게 왕가의 토지를 나누어 주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였다. 현대의 사회복지에 버금가는 다양한 복지정책을 만들어낸 세종대왕과 같은 지도자가 더욱 감동과 존경을 주는 이유는 사리사욕과 부정부패로 점철된 지금의 정치판과 너무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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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 SF 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