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화이어버드’(Firebird) 배우 톰 프라이어 & 감독 피터 리베인
▶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영화 ‘화이어버드’ 화면 캡쳐.
냉전시대인 1970년대 에스토니아에 주둔한 소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병 세르게이와 이 기지에 새로 배치된 전투기 조종사 로만 간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화이어버드’(Firebird)에서 세르게이로 나온 영국배우 톰 프라이어(30)와 이 영화로 감독으로 데뷔한 에스토니아 태생의 피터 리베인(48)을 공동으로 인터뷰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화이어버드’는 스릴러 분위기를 지닌 금지된 사랑의 드라마로 두 사람은 영화의 각본을 함께 쓰고 제작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선전차 들른 LA에서 인터뷰에 응했는데 모두 침착하고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피터, 당신은 하바드대에서 경제를 공부했는데 그 것이 당신의 첫 영화를 만드는데 어떤 도움이라도 되었는지.
*피터-“큰 도움이 되었다. 영화의 스케줄을 짜고 제작비를 계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난 하바드에서 시각 예술도 공부했기 때문에 그 것이 내 첫 영화를 만드는데 여러 면에서 기여를 했다.”
-톰, 당신은 영화의 실제 인물인 세르게이를 만났는데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가.
*톰-“모스크바에서 그를 만난 것은 큰 선물이요 명예였다. 그러나 다소 압력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사랑과 정열로 가득 찬 사람으로 내게 정치가 아니라 사랑의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물론 영화가 정치적 색채를 거부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의 당부에 따라 로만에 의해 참 사랑을 깨닫는 세르게이를 정열적으로 표현하려고 힘을 썼다. 그는 매우 관대한 사람으로 용감하고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그는 이런 사랑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 달라고 부탁했다.”
-이 영화를 미 서부의 두 카우보이의 사랑을 그린‘브로크백 마운틴’과 비교들 하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피터-“둘 다 금지된 사랑의 얘기라는 점에서 그럴만하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나를 흥분시킨 것은 어떻게 냉전기운이 고조된 1970년대 소련의 공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나는 소련이 점령한 에스토니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동성애자여서 그 점이 더욱 궁금했다. 그래서 영화를 위해 여러 면으로 연구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에스토니아 군에서도 동료 군인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다시 한 번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르게이와 로만처럼 있을 법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지된 사랑을 한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얘기다.”
-톰, 동성애자가 아닌 당신이 동성애자 역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톰-“난 그런 일방적인 고정 관념을 싫어한다. 반드시 배우의 성적 기호에 따라 역을 맡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일은 역차별이나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동성애자 배우는 이성애자 역을 할 수가 없다는 이치나 마찬 가지다. 살인자 역을 진짜 살인자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배우로서 늘 진실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역이든지 그 것이 진실을 추구할 수 없는 역이라면 난 스스로 그 것을 포기한다.”
-톰, 영화의 각본을 피터와 함께 쓴 동기는 무엇인가.
*톰-“지난 2014년 한 제작자가 런던에서 나를 피터에게 소개했을 때 피터는 영화의 각본 초본을 완성했을 때였다. 나는 늘 군부대의 얘기를 좋아했는데 피터의 글을 읽고 큰 호기심을 느꼈다. 드라마 학교를 나온 나는 원래 배우보다는 작가가 될 생각이었다. 피터를 만났을 때 글을 쓰고 있던 나는 그의 글을 읽고 우정이 애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은 두 사람의 얘기에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요즘과 달리 자신들의 진실에 대해 아무 표현도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의 얘기에 큰 호기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를 믿고 함께 글을 쓰게 해준 피터에게 감사할 뿐이다.”
-영화는 섹스보다 감정에 중점을 두었는데 의도적인지.
*톰-“우린 언제나 이 영화를 사랑에 관한 것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감정 위주가 된 것은 의도적이라고 하겠다. 두 사람 간의 정열적인 성애 장면을 찍을 때도 우리는 그 것이 단순히 육체의 결합이 아닌 영혼의 결합으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평범치 않은 상황에 처한 사람의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사랑의 결합이라는 보편적인 얘기를 들려주려고 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놀라기라도 한 것이 있는가.
*피터-“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실제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와 함께 냉전시대에도 이런 동성애 관계가 많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를 러시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하나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이 얘기가 그들의 역사의 한 부분이며 그 것을 두려워하거나 멸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모스크바 영화제에 출품했는데 첫 시사회 후 두 번째 상영은 표도 못 팔고 관객 초대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영화가 내게 특히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 여름 별장이 소련 공군기지로부터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트기들이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에스토니아에서 동성애자로 성장한 경험은 어떤지.
*피터-“소년으로서 남자들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난 내가 완전히 옳지 못하며 비정상이라고 느꼈다. 당시는 이런 문제를 그 누구와도 얘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인 26세 때 가족에게 처음으로 밝혔다. 그에 대해 나의 할머니와 아버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오래 동안 믿지 않는다며 분노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성적기호를 수용했지만 그 후에도 나를 치료하려고 했다. 그 것이 내게 몹시 힘들었고 또 나를 슬프게 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고 실제의 자신이 되는 것을 거부당하며 또 이로 인해 핍박 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슬플 뿐이다. 이 영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연민의 감정을 품게 만들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들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다시 깨달을 수 있는 작은 불빛이 되기를 바란다.”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학대와 차별이 심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톰-“영화를 모스크바에서 찍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면 얘기에 동참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진보적인 나라들과는 달리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들이 공격을 당해도 그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줄 장치가 없다. 과감히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줄 장치가 없는 것이다. 이 영화가 세르게이가 사랑과 용기의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나는 세르게이의 그런 점을 믿는다. 세르게이가 자신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진실을 밝히라고 허락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수 천 년 간 공포 속에서 고정 관념화해온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을 벗어나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보다 관대하고 따스한 마음을 품게 되기를 원한다.”
-당신의 일 외에 정열적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피터-“윈드서핑과 여행 그리고 개다.”
*톰-“웃을지 모르겠지만 슈퍼휴먼의 능력이다. 자기 자신의 최고의 형태가 된다는 것은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진짜로 매력을 느끼는 것들은 심리학과 명상과 양자물리학과 후성유전학이다. 나는 앞으로 내 영화에서 이 후성유전학에 대해 보다 많이 얘기할 것이다. 후성유전학은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문을 여는가하는 것을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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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